
투약 간격을 늘려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장기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하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획기적인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면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한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기대할 수 있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물 플랫폼 기술은 사업 확장성으로 각광받는 분야다. 특정 질환의 치료제 하나만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이나 이미 특허가 만료된 기존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어서다. 하나의 플랫폼만 성공적으로 구축해도 여러 글로벌 빅파마와 다중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기술 수출을 성사시킬 기회가 늘어난다.
국내 대표적인 약물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알테오젠은 제형 변경 기술에 이어 장기지속형 접합체 기술까지 자체 개발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알테오젠은 자사의 장기지속형 접합체 기술에 대한 국제특허출원(PCT)을 완료하며 지식재산권(IP) 장벽을 구축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항체의 특정 위치에 약물을 선택적으로 접합하는 플랫폼을 발전시킨 것으로, 여러 개의 활성분자를 하나의 접합체로 구현해 약물의 반감기를 연장한다.
회사는 해당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월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ALT-M5’를 개발하고 있다. 11월 미국비만학회 연례학술대회(ObesityWeek 2026)에서 ALT-M5의 월 1회 투여 가능성과 투약 중단 후 체중 재증가(리바운드) 억제 가능성을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의 비만치료제가 대부분 주 1회 투여 방식으로, 월 1회 제형이 상용화될 경우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다.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펩트론은 독자적인 약효 지속성 의약품 플랫폼인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앞세워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스마트데포는 반감기가 짧은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에 담아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해 체내 약효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제형 기술이다. 펩트론은 이 기술을 적용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월 1회 투여형으로 개량한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PT403’을 개발 중이다.
펩트론은 지난달 PT403의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건강한 성인 22명을 대상으로 PT403을 단회 피하 투여한 뒤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학적 특성(PK)을 평가할 계획이다. 펩트론은 현재 20여 개국에 PT403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2030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약물전달 플랫폼 전문 기업 인벤티지랩은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으로부터 약물 중독 치료용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등록 결정을 받았다. 인벤티지랩은 자사의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공학) 기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월 1회 투여 방식의 약물 중독 치료제인 ‘IVL3004’를 집중 개발 중이다. IVL3004는 알코올 및 오피오이드 의존 치료에 쓰이는 날트렉손을 주성분으로 한 월 1회 주사제로, 특허는 약물의 초기 과다 방출을 억제하면서 1개월 동안 일정하게 방출하는 미립구 조성물과 제조기술 보호에 관한 내용이다.
마약 등 약물 중독 환자들은 매일 규칙적인 약물 복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한 번 주사로 한 달간 치료 효과가 일정하게 지속되는 제형이 복약 순응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벤티지랩은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경쟁 제품인 알커미스의 ‘비비트롤’ 380㎎과 IVL3004 300㎎·380㎎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주사 부위 이상반응 지속기간은 IVL3004 투여군에서 3.8일과 4.9일로, 비비트롤 투여군 18.2일보다 짧았다. 인벤티지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규제 협의를 거쳐 임상 2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