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매입해 도와줄 일”…농사 가장한 투기 농지 색출
위반 의심 284만 필지…당정 21일 고령농·임차농 보호책 발표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버지가 농사를 짓다가 힘들어서 지금 농사를 못 짓는데 강제로 팔라는 말이냐고 항의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경우는 오히려 우리가 매입해서 도와줄지언정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농사를 짓겠다고 허가받아 사놓고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거나 다른 데 사용하는, 부동산 투기가 명확한 농지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 현장의 반발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부모의 농지나 상속받은 농지, 이웃에게 경작을 맡긴 농지도 강제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농지 전수조사는 올해 2월 이 대통령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농지에 대한 조사와 처분 강화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1996년 이후 취득된 전국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진행했다.
행정정보와 항공·드론 영상 등을 활용해 소유 관계와 이용 현황, 휴경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27%인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84만 필지가 모두 처분 대상인 것은 아니다. 기본조사에서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된 농지로, 정부는 연말까지 현장조사와 소유자 소명을 거쳐 실제 농지법 위반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농업 경영에 이용하도록 하는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한다.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한 영농계획과 달리 직접 경작하지 않거나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임대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사 직후 농지가 강제로 매각되는 것도 아니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먼저 처분 의무가 부과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이 내려진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감정평가액과 개별공시지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농촌 현실이 법에서 정한 자경 원칙만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소유자가 이웃 농민에게 경작을 맡기거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장기간 임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속받은 농지를 처분하지 못했거나 영농 여건이 좋지 않아 휴경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농업에 이용되고 있지만 임대차 절차를 지키지 않은 농지까지 일률적으로 처분하면 농지 소유자뿐 아니라 임차농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소유자가 처분명령을 피하기 위해 농지를 회수하거나 매각하면 해당 농지를 경작해 온 임차농이 일터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농지 전수조사를 처분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농지 상황을 확인해 왜 휴경하고 있는지, 왜 임차농이 경작하는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은 조만간 당정협의를 열어 현장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