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합판도 ‘제품 변경’ 우회 전적 있어
업계 “MTC 통해 원판·제조공정까지 확인해야”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AD) 최종 판정을 앞두고 중국 철강업체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품 소재를 바꿔 거래하자는 제안을 국내 업체들에 잇달아 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 대상인 냉연 소재 제품을 규제에서 제외된 열연 소재 제품 명목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식이다. 국내 철강·유통업계에서는 이를 통한 우회 수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국 철강업체들은 최근 국내 거래처에 냉연강판을 소재로 한 CGI를 열연강판 소재의 HGI 명목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연락이 잇따르고 있다”며 “기존 CGI 물량을 HGI로 돌려 반덤핑 관세를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CGI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치 대상인 반면 HGI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두께 1.2mm 이하의 얇은 제품이다. 기존 CGI 시장에 주로 공급되던 이 같은 박물 제품까지 최근 중국 업체들이 HGI 명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에서는 열연 원판을 사용하는 HGI의 특성과 한국산업표준(KS) 규격 등을 고려하면 해당 제품이 실제 HGI인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냉연 원판으로 생산한 CGI를 서류상 HGI로 기재했다면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수입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사양을 바꿔 국내 반덤핑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중국산 활엽수 합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 업체들이 제품 겉면만 얇은 침엽수로 바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품을 한국에 수출했다. 당시 중국산 수입 합판 가운데 해당 제품 비중은 기존 3∼4%에서 60% 수준까지 급증했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중국산 후판과 열연, 도금강판 등으로 반덤핑 조치를 확대하면서 철강에서도 유사한 우회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아연·아연합금 도금 냉연제품에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서 CGI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중국 업체들이 HGI 등 비규제 제품으로 물량을 돌릴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우회 수입이 확산하면 국내 철강업계에도 부담이다. CGI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저가 제품이 HGI 등의 이름으로 계속 유입되면 수입 억제와 국내 가격 방어를 위한 반덤핑 조치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서다.
중국 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국내 수입·유통업체 역시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HGI로 수입한 제품이 사후 검증에서 실제 CGI로 확인되면 반덤핑 관세가 추징될 수 있으며 허위 신고나 관세포탈 여부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제품이 이미 국내에 판매된 이후라면 수입업체뿐 아니라 이를 매입한 유통업체까지 손실이 번질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품질검사증명서(MTC) 등을 통해 제품명뿐 아니라 실제 사용된 원판과 제조공정을 확인하는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향후 관세 추징 등 더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며 “수입 단계부터 실제 원소재와 제조공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