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 국채 급등 배경 AI 투자·재정적자發 실질금리 상승 지목
미 국채 충격 후폭풍, 韓 대출금리·환율·내수까지 전방위적 영향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피력한 한은도 '매파 시그널' 지속 전망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선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시장 안정을 기대하던 채권시장에 또다시 발작 경보가 켜졌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다, 설사 물가가 잡히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기준금리 조정 시점을 저울질하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96%(11일 뉴욕채권시장 마감 기준)까지 급등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2월 말 물가 안정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기대감 속에 연 3.9%대까지 내려앉았던 장기금리가 불과 수개월 만에 1%포인트(p) 안팎 급반등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 국채 금리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의 구조적 상승을 꼽고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최근 미 실질금리 상승 배경 및 시사점’)를 통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 △미 정부의 만성적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 부담이 기간 프리미엄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연준의 추가 긴축 기대와 △중장기 생산성 개선 전망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 탓에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더라도 미국 장기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정부와 민간 부문의 막대한 자금 수요와 잠재성장률 기대 등이 맞물려 장기금리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금리 상승 요인에 따라 연준의 최종 통화정책 경로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채권시장 구조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같은 미 국채 고금리 장기화 파장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미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과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다. 무위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달러 자산으로 쏠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의 하향 안정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간 국채 금리 동조화(커플링) 현상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강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실제 미 국채 금리가 발작을 일으킨 지난 11일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년 10개월 만에 4%대에 진입했다. 이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 금융권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를 밀어올리는 기폭제가 된다.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비내구재 소비와 외식·서비스업 등 민간소비를 직격해 내수 침체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이처럼 대내외 금융불안 요인이 겹친 데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짙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예고했던 한은 역시 당분간 매우 매파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지호 BNP파리바 전무는 "자칫 한은이 완화적 시그널을 주는 순간 시장금리가 급락해 금융여건이 급격히 느슨해질 수 있다"며 "한은이 시장에 경계심과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매파적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발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