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상속공제액 한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현실적으로 승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규제를 현실적으로 단축 개편하고 친족외 승계 방식까지 공제 대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상속인의 사후관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공제한도는 ‘경영연수×20억원’,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전문 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을 ‘가업’으로 새로 정의해 심사위원회가 공제 대상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조건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제한도 확대보다 사후관리 요건을 현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업종·고용·자산 유지 요건은 탄력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제액을 늘려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이라면 실제 활용하는 기업을 늘리는 정책 목적을 실현하다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업종 유지 기준은 장수 기업들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정책건의백서’에서 가업승계 관련 업종변경 제한요건 폐지를 공식 건의했다. 중기중앙회 기업데이터 분석 결과 중소기업의 복수업종 영위 비율은 평균 33.3%였지만, 업력 60년 이상 기업에서는 50.8%까지 높아졌다. 장기간 생존한 기업일수록 시장 변화에 따라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꿀 가능성이 큰 만큼 업종 유지 자체를 승계의 핵심 잣대로 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도 단순한 업종보다 ‘기업의 실질적 연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존 기술·특허와 경영 노하우, 고용과 핵심인력, 거래처·공급망, 국내 생산·투자 등이 유지된다면 업종이 달라졌다는 이유 만으로 가업의 연속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공제한도를 늘리는 방식 자체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나온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달 세제개편안 논평에서 현재도 실제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은 최대 600억원 한도를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추진해 온 개선 과제로 중소기업 가업상속재산을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승계 방식도 친족에게 물려주는 하나의 경로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제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세제개편안 분석에서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가 엄격해지는만큼 승계 구조를 조기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친족승계가 어려운 기업은 새로 도입되는 제3자 승계 과세특례까지 고려해 자녀 승계와 인수합병(M&A) 등 가능한 방식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핵심은 누가 상속받느냐보다 기업·기술·고용이 계속 유지되느냐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000억원이라는 숫자를 키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와 업종 요건을 기업 현실에 맞게 손질하고, 친족승계가 어려워도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 승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해법이라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