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 일상화에 보험금 눈덩이⋯치료비 보장 넘어 '기후보험' 뜬다 [기후재난, 보험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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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손보사 지급액 2억2140만원→4억1700만원
열사병·일사병 보험금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
치료비 보장 넘어 폭염·한파 ‘기후위험 보장’ 확산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와 통영을 덮친 극한호우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재난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침수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하고 복구비는 수천억원대로 불어났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홍수가 잇따르는 등 극한기후가 일상화하면서 보험업계가 감당해야 할 위험과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는 2505대로 집계됐다. 11개 손해보험사(메리츠, 한화, 롯데, 예별, 흥국, 삼성, 현대, KB, DB, AXA, 하나) 합산 기준으로 추정손해액만 229억2000만원에 달했다.

앞서 8월 15~18일 거제와 통영을 강타한 폭우로 전국 7개 시·도 22개 시·군·구에서 주택 1396세대가 침수되고 산사태 163건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피해액은 800억원이며 복구비는 2308억원 규모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남긴 보험금 청구서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폭염이 계절적 불편을 넘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상적 사고로 자리 잡은 결과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 4곳이 올해 1~8월 온열질환으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3억752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 8개월간 나간 보험금만 이미 지난해 연간 지급액의 73.7%에 육박했다.

열사병과 일사병으로 좁히면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1~8월 관련 실손보험금은 1억201만원으로 전년 동기(7424만원)보다 37.4% 증가했다.

4개 손보사의 연간 온열질환 실손보험금은 2022년 2억2140만원에서 지난해 4억1700만원으로 3년 만에 88.3% 뛰었다. 같은 기간 열사병·일사병 지급액은 6272만원에서 1억3359만원으로 113.0% 폭증했다. 질병관리청 통계상 온열질환자 수도 2023년 2818명에서 지난해 4460명으로 2년 새 58.3% 늘었다.

기후위기가 질병과 소득 감소, 영업 손실로 직결되면서 보험 상품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병원 치료비를 사후 정산해주던 실손보험 위주에서 벗어나 특정 기상 조건에 따라 피해를 즉시 보상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경기도의 ‘기후보험’이다. 경기도는 올해 온열·한랭질환 진단비를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고 사망위로금과 응급실 내원비를 신설했다. 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 중이다.

민간 보험사의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도입도 활발하다. KB손해보험은 강수량이나 기온이 사전 설정 기준에 도달하면 실제 손해액 산정 없이 약정금을 지급하는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장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2025년 11월부터 1년 6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기후보험 시장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급증하는 기후위험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의 보험료를 도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상청 기상현상과 실제 산업·건강 피해를 연계한 정밀 데이터 축적과 함께 대규모 자연재해 리스크를 공공과 민간이 함께 흡수하는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건을 짜고 보험사가 입찰하는 공공 기후보험 모델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기후위험이 전방위로 번지는 만큼 기존 질병·상해 틀을 뛰어넘는 민관 위험 분담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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