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반복 지역, 후보지 제외 사유로 충분”
EU 택소노미ㆍ美 인허가로 기후위험 점검

기업의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시설 입지 선정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땅값과 세제 혜택, 인건비, 물류 접근성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홍수와 가뭄, 폭염, 용수 부족 등 물리적 기후 리스크가 후보지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기후 위험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상의 참고사항을 넘어 실제 투자심사표에서 부지를 탈락시키는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6일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는 본지 질의에 “최근 다국적 제조기업들이 공장이나 산업시설 후보지를 선정할 때 홍수·폭염·물부족 등 기후 관련 위험을 별도 평가항목으로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국가에서는 사실상 필수 검토 항목”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해의 반복성이 확인된 지역에서는 평가 비중이 커진다. 인도 첸나이 권역은 홍수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다. 2023년 12월 사이클론 미차웅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스리페럼부두르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 페가트론 아이폰 생산 시설도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이 지역에서는 2015년에도 대홍수로 약 290명이 사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는 “반복성이 확인되는 지역은 후보지 제외 사유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재해가 일회성 사고인지, 기후변화로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구조적인 위험인지가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유럽과 미국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으려면 물리적 기후위험과 취약성을 평가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의 경우 적어도 10∼30년 범위의 기후 전망을 반영하고, 중대한 위험이 확인되면 이를 줄이기 위한 적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기후공시 기조가 후퇴한 것과 달리 실제 부지의 용수·전력 관련 심사는 강화되는 추세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는 “미국은 공시 대신 인허가와 보험 인수조건, 전력연계 계약 등 실무 단계에서 기후 관련 위험을 걸러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도적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유럽과 미국 모두 기후위험이 실제 사업 추진 여부를 좌우하는 ‘현장 심사표’로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