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로 번져 산업기반 약화

후계자 부재로 정상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경영난에 따른 일반적인 기업 퇴출과 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경영자의 고령화 등 사업 자체와 무관한 이유로 사라질 수 있어서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후계자가 없어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은 약 67만5000곳으로 추정된다. 제조업만 5만6000여 곳이며 이 가운데 83%인 약 4만6000곳이 서울 밖에 분포한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은 계속 운영했을 때 창출할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경우가 많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이런 기업이 폐업하면 그 차이가 경제적 손실로 남고, 특정 공정을 사실상 전담해온 기업이라면 영향이 발주처와 협력업체로까지 번질 수 있다.
제조업은 기업이 문을 닫은 뒤 자산을 다른 기업이 인수한다고 해서 경쟁력까지 그대로 이전되는 것도 아니다. 설비나 특허는 넘길 수 있지만 같은 설비에서도 수율 차이를 만드는 공정 노하우는 작업자와 조직에 축적돼 있다. 숙련된 팀이 흩어지거나 고령 숙련공이 은퇴하면 기술 전수가 끊길 수 있고, 발주처와 수년간 쌓은 거래관계도 자동으로 승계되기 어렵다.
문제는 승계절벽의 위험이 지역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 산업단지는 열처리·도금·정밀가공 등 여러 기업이 공정을 나눠 맡는 경우가 많다. 한 업체가 문을 닫으면 다른 기업이 해당 공정을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조달해야 해 물류비와 납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폐업이 누적돼 업체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줄면 발주처가 다른 권역으로 물량을 옮기면서 지역 산업기반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고용 충격도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인근에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실직이 지역 이탈이나 은퇴로 이어질 수 있고, 젊은 기능인력까지 빠져나가면 남은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단지 업체들은 열처리, 도금, 정밀가공처럼 공정을 나눠 맡는 구조여서 한 곳이 문을 닫으면 남은 기업들이 그 공정을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젊은 기능 인력이 빠져나가면 남은 기업들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버티기 어려워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족이 아닌 사람에게 넘길 때 이를 지원할 근거가 없었다”며 “지역 단위 M&A 중개나 인수 자금 보증이 함께 뒷받침돼야 실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