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숫자가 증명하는 코넥스, 사다리 잃은 3부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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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의 ‘성장 사다리’를 표방하며 문을 연 코넥스 시장이 숫자로 명백한 고사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기업 수는 현재 108개사로, 역대 최다였던 2017년 154개사 대비 3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2018년 6조2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대로 반 토막이 났다.

유동성 지표는 더 참담하다. 코넥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 74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다가 최근에는 하루 3억원대까지 쪼그라드는 날도 나온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누적 거래대금은 2000억원을 조금 넘긴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었고,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의 1%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상장사 108곳 중 30%가량은 하루 종일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시장 개설의 핵심 명분이었던 ‘코스닥 이전 상장’ 기능이 마비됐다는 점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넘어간 기업은 2021년 13곳에서 2022년 6곳, 2023년 7곳, 2024년과 2025년 각각 4곳으로 매년 줄었고, 올해는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유망 벤처기업들이 코넥스를 징검다리로 삼기보다 기술특례상장이나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으로 직행하는 경로를 택하면서다.

신규 상장 기업 수도 2022~2023년 매년 14곳이었던 것이 2024년 6곳, 2025년 4곳에 이어 올해는 단 3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상장폐지 기업은 이전 상장 사례를 제외하고도 2024년 10곳, 2025년 9곳에 달했고 올해도 비슷한 숫자가 시장을 떠났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외면하는 사이 코넥스에는 자체 성장 여력이 부족한 기업만 잔류하는 역선택 현상이 굳어졌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넥스 상장이 오히려 기업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인식까지 자리 잡았다.

자금 조달 기능이 멈춰섰지만, 상장 유지 비용은 여전히 무겁다. 업계에 따르면 코넥스 기업이 지정자문인에게 내는 수수료는 연 4000만~5000만 원 내외다. 여기에 외부 회계감사 보수와 공시 대행 비용까지 더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전혀 가볍지 않은 고정비가 매년 빠져나간다.

초기 투자에 나섰던 벤처캐피털(VC) 역시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막힌 채 자본이 장기간 묶여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넥스 대신 장외주식시장(K-OTC)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해 K-OTC 일평균 거래대금은 52억원으로 전년보다 27.9% 늘어난 반면, 코넥스는 같은 기간 뒷걸음질했다.

이런 현실에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5월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이던 3000만원 기본예탁금 규제를 전면 폐지했고, 올해 3월에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코넥스 활성화 대책을 담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이후에도 거래대금과 신규 상장은 반등은커녕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 매력과 상품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제도적 문턱만 낮추는 방식으로는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표로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이제는 코넥스 시장의 기능 재편을 둘러싼 현실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전 상장의 재무 요건과 절차를 손질해 실질적인 상장 사다리를 복원하거나, 자생력을 잃은 기업은 엄격한 기준으로 걸러내야 한다. 코스닥 등 타 시장과의 통합론도 제기된다. 숫자가 경고하는 시장의 고사를 방치하는 것은 당국의 명백한 정책적 태만이다. 무늬만 3부 리그를 지탱할 게 아니라 사다리를 다시 놓거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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