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검증·데이터 반환·장애 대응…국내외 업체 공통 관리 기준 과제
제도화 땐 국내 기업에 기회…규제 비용·소수업체 집중은 경계

국내 수사기관과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범죄 추적·이상거래 감시에 해외 분석 인프라 활용을 늘리고 있다. 분석 결과와 데이터 처리, 장애 대응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만큼 공통 관리 기준을 마련하면 국내 인프라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과 대검찰청은 가상자산 범죄 대응을 위해 해외 추적·분석 인프라를 잇달아 갱신했다. 경찰청은 올해 미국 온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분석 프로그램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라이선스 갱신사업에 36억7766만원을 배정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7월 체이널리시스 라이선스 갱신 계약을 마쳤다.
민간에서도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다. 국내 한 원화거래소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체이널리시스를 국외 수탁업체로 공개하고, 이상거래 탐지와 거래 안전관리를 위해 이용자의 디지털자산 주소를 국외로 이전한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특정 서비스에 장기간 의존할 경우 분석 결과와 오류, 장애 원인을 국내에서 검증·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계약 조건 변경이나 서비스 중단이 핵심 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데이터 저장·재사용, 계약 종료 후 반환·삭제에 대한 통제력도 약해질 수 있다.
수사기관의 조달과 VASP의 업무위탁은 적용 법령이 다르지만 외부업체의 분석 결과와 데이터 처리, 업무연속성에 의존한다는 관리 과제는 같다. 서비스 도입 단계부터 검증 가능성과 데이터 처리 조건, 장애 대응·대체수단을 계약에 반영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VASP에는 업체 선정·정기평가와 이용자 피해에 대한 최종 책임을, 핵심 인프라 업체에는 자료접근과 사고보고, 재위탁 관리, 업무복구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용자 자산·데이터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 대체 가능성을 기준으로 관리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디지털자산사업자 위탁 관리의 제도화 방향을 담았다. 법안은 제3자 위탁계약에 업무 범위와 수탁자 행위 제한, 기록 유지 등을 명시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용자 보호나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위탁을 제한·시정할 수 있고, 본질적 업무의 수탁자는 관련 인가·등록을 갖추고 금융감독원 검사도 받아야 한다.
수사기관 조달과 거래소 이용 사례는 국내에서도 분석 인프라 수요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업체가 기술력과 구축 사례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지만 객관적인 관리 기준이 마련되면 국내 기업도 규제 대응과 자료 제출, 신속한 사고 대응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규제 준수 비용으로 계약이 소수 업체에 집중되거나 인가·등록과 관리 기준 충족을 안전성 보증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상자산 인프라 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프라 시장이 제도화되면 국내 기업의 사업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직접적인 규모 경쟁이 어려운 만큼 제도 안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