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며 풀 수 있다…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은 열어둬
전문가 "2000가구 늘리기보다 공급계획 확정 서둘러야"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주택 공급을 두고 연이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이미 첫 삽을 뜬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안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논의가 용산공원과 대체 공급부지 등 새로운 공급처에 집중되는 사이 정부가 제시한 1만 가구와 서울시의 최대 8000가구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 기존 사업의 공급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규모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장관은 회동 직후 국제업무지구의 가구 수 차이가 좁혀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앞에 훨씬 크고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대화하면서 풀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과 서울시가 대체 부지로 제안한 탄천 물재생센터 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서울시는 탄천 물재생센터와 별도로 약 1500가구 규모의 추가 공급부지도 제안했고 국토부는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하기로 했다. 용산공원 내 훼손된 일부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반면 이미 기반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서울시는 6000가구를 계획했지만 정부는 올해 1·29 공급대책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학교용지 확보와 국제업무 기능 등을 고려해 최대 8000가구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 방침을 발표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양측의 '2000가구 간극'은 그대로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최대 8000가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본질에 맞게 업무와 주거 기능 비율을 7대3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 목표대로 1만 가구를 넣으면 업무와 주거 기능이 5대5가 돼 당초 공간 구성 목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최대 8000가구 공급 역시 학교용지 확보가 전제다. 오 시장은 "아직 학교용지가 확보되지 않았다"면서도 "학교부지만 마련되면 8000가구 공급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속도를 고려해 절충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오 시장은 "국토부도 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만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절충안이나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공급 후보지를 발굴하는 것과 별개로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의 공급계획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계획 발표부터 실제 분양·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사업에서 이견이 장기화하면 정책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는 "서울시가 6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공급 규모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계속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조속히 합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급 대책은 실제 분양이나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이미 추진 중인 사업부터 합의를 이끌어내 공급이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가구 추가 공급의 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공급 규모를 둘러싼 논쟁보다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업무지구는 전체 사업지 크기가 아주 큰 것은 아니어서 굳이 2000가구를 늘려 업무지구 면적을 줄이기보다는 기존대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2000가구를 더 넣는다고 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거나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