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전세 사기 이후 무너진 수요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세제 지원으로 공급 여건을 개선하더라도 비아파트를 위험한 주택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수요도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3~5년 전 전세 사기 문제를 거치면서 비아파트가 좋지 않은 상품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만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회복시켜야 공급도 따라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반환 안전성뿐 아니라 주택 자체의 품질과 관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비아파트는 건물별 품질 편차가 크고 소규모 공동주택은 관리주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어 누수·결로 등 하자 발생 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뿐 아니라 소유자에 따라 관리와 하자 대응이 천차만별이고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비아파트 기피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축 비아파트의 하자보수 보증·이행을 강화하고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지자체 또는 위탁관리 지원과 관리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품질은 준공 뒤에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요구 품질을 도면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주택을 넘어 비아파트 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 밀집지역에서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인프라"라며 "일부 토지를 공공이 매입해 주차장이나 주민복지시설 등 아파트 커뮤니티를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을 공급한다면 거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와 함께 실질적인 거주환경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본지 자문위원)도 "비아파트는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주거 선택지"라며 "물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주차 여건과 생활 인프라 등 실제 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비아파트를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자산·제도적 불이익을 줄이는 것도 수요 회복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데다 재건축·리모델링 등을 통한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세금 적용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다주택자로 분류돼 향후 청약이나 내 집 마련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환금성이 낮은 비아파트를 보유한 청년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청약이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가 비아파트를 매입해 청년층에 임대하는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을 덜어주는 등 민간 임대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