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확정률 상승…대기업 세 자릿수 공채는 축소
서미영 대표 “신입과 경력이 경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AI”

“AI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연해요.”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최종현홀에서 열린 ‘2026 인크루트 채용설명회’. 최근 취업 준비를 시작한 박여라(24·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씨의 고민은 올해 채용시장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박 씨는 학교에서 AI 활용 교육을 듣고 구글 제미나이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취업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다고 했다.
박 씨는 “다른 기업 채용설명회에서 AI 활용 능력을 검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AI를 잘 활용하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교육도 찾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학 상태로 취업 방향을 고민 중인 김근호(25·고려대 언어학과) 씨도 AI를 취업 준비에 활용하고 있다. 김 씨는 “취업 정보를 찾거나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할 때 AI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아직 특정 기업을 정하기보다 여러 기업의 채용 정보를 살펴보며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다.
이날 300여명이 참석한 채용설명회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CJ올리브영,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참여해 하반기 채용 계획과 전형 방식 등을 소개했다. 취준생들은 기업별 채용 일정뿐 아니라 인턴 경험과 직무 역량 등 실제 평가 기준에도 관심을 보였다.
기업들도 AI를 신입 채용의 새로운 평가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입사원 핵심 역량 순위에서 AI·디지털 역량은 외국어보다 높다.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해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2024년 채용시장의 키워드가 컬처핏이었다면 올해는 AI”라며 “과거에는 AI 역량이 기술 직종에 해당됐지만 올해는 사무직에서도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네이티브인 신입이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신입과 경력이 경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AI”라고 강조했다.
올해 기업의 채용문은 지난해보다 넓어졌다.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채용 확정률은 대기업 74.3%, 중견기업 58.8%, 중소기업 53.3%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다만 대기업의 세 자릿수 채용 비중은 지난해 20.9%에서 올해 14.5%로 낮아졌다. 채용에 나서는 기업은 늘었지만 필요한 인원을 선별하면서 선호 기업과 인기 직무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뿐 아니라 지원자의 경험을 직무와 연결하는 능력도 주요 평가 요소로 꼽혔다. CJ올리브영 채용 담당자는 “인턴을 했는지 안 했는지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학회나 동아리, 대외 프로젝트 경험을 직무와 회사에 어떻게 연결해 녹여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입시보다 입사가 더 어려워지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영어를 준비하는 것보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