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거용 부동산 아태 지역 선호 투자처 4위
KKR·캐나다연금 등 글로벌 큰손 잇단 투자
에피소드·리마크빌 등 국내 기업형 임대도 성장

전세가 주도하던 국내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집주인의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월세 시장이 커지면서 주택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자산으로 보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임대주택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가통계포털(KOSIS)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서울 아파트 임차 가구 가운데 전세 비중은 2017년 69.7%(40만6855가구)에서 2024년 61.9%(37만1972가구)로 7.8%포인트 축소됐다. 반대로 월세는 30.3%(17만7269가구)에서 38.1%(22만9029가구)로 확대됐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전세가 3만4883가구 줄어드는 동안 월세는 5만1760가구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임차 가구는 58만4124가구에서 60만1001가구로 1만6877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차 가구 자체가 크게 늘었다기보다 임대차시장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주택 투자에서도 임대수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는 임대인이 목돈인 보증금을 받아 운용해야 하는 반면 월세는 매달 정기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주택을 장기간 보유·운영하면서 임대수익을 얻는 투자자산으로 바라보게 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주거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아시아태평양(APAC) 주거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호주·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주거 부문 선호 투자처 4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투자자의 85%는 향후 5년간 아태지역 주거 부문 투자액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같은 기간 아태지역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한 자금은 332억달러에 달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서울의 월세 거래 건수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정기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기관투자가에 적합한 투자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시 로즈노크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아시아태평양 주거 부문 리서치 대표는 "전세에서 월세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전환과 인구구조 변화, 주거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국내외 자본을 위한 투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2024년 위브리빙(WEAVE LIVING)과 손잡고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해 약 1200실 규모의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다. 영등포구 선유와 동대문구 휘경동에 이어 지난해에는 강남역 인근 121실 규모 임대주택을 약 440억원에 인수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는 지난해 국내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엠지알브이(MGRV)와 50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영등포·동대문·성동·중구 등 서울 4곳에서 약 1500실 규모의 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큰손들의 진입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계 부동산 투자사 'M&G리얼에스테이트'는 2025년 중구 황학동 95실 규모 임대주택을 243억원에 인수했고,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위브리빙과 6350억원 규모의 한국 임대주택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했다. 올해는 누빈자산운용과 모건스탠리 등이 서울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했고, TPG아시아리얼에스테이트도 위브리빙과 종로구 숭인동에 약 550실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기존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오피스텔이나 코리빙 건물을 통째로 확보하거나 호텔 등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전문 운영업체를 통해 장기간 임대수익을 얻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국내 기업들도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SK디앤디가 시작한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는 2020년 서울 성수동을 시작으로 신촌·수유·강남·서초·용산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SK디앤디 계열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은 자체 브랜드 운영을 넘어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임대주택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KT에스테이트의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 '리마크빌'도 2016년 동대문을 시작으로 영등포·관악·군자·부산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리마크빌 이스트폴'이 문을 열면서 7개 단지, 3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자본과 국내 운영사의 결합도 빨라지고 있다. KKR과 GIC, TPG 등은 위브리빙과 손잡았고 M&G와 모건스탠리는 DDPS 등 국내 사업자와 협업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자금을 대고 국내 전문업체가 개발·운영하는 방식이 새로운 임대주택 투자 모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의 기관 임대주택·멀티패밀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도 장기적으로 전세 중심에서 월세와 기업형 임대주택 중심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