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가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부산형 앵커기업’을 13개사로 확대했다. 조선·해양과 전력반도체 등 부산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점찍은 분야의 기업들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지역 산업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24일 오전 아바니 센트럴 부산에서 ‘2026년 부산형 앵커기업(3기)’ 신규 선정 기업 4개사에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1~3기 앵커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해 ‘AI·AX 대전환, 제조기업 CEO의 고민과 해법’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도 진행했다.
올해 선정된 기업은 △프리앵커 제엠제코㈜ △앵커 ㈜비엠티 △앵커 한라IMS㈜ △탑티어앵커 대양전기공업㈜이다.
2024년 1기 3개사, 지난해 2기 6개사에 이어 올해 4개사가 추가되면서 부산형 앵커기업은 모두 13개사로 늘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규 기업들이 부산의 주력산업과 미래산업에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제엠제코는 클립과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며 지난해 매출 242억원, 고용 85명을 기록했다. 비엠티는 산업용 피팅과 밸브 전문기업으로 매출 1470억원, 고용 393명 규모다.
한라IMS는 레벨제어계측기 등을 생산하며 지난해 매출 1335억원, 고용 217명을 기록했고, 대양전기공업은 선박용 조명등기구 등을 생산하며 매출 2301억원, 고용 397명에 달한다.
1·2기 선정 기업까지 합치면 앵커기업 13개사는 조선·해양,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등 부산 제조업의 핵심 분야에 걸쳐 포진하게 됐다.
단순히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을 모으는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부산형 앵커기업 육성사업은 기술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 산업적 파급효과가 높은 제조기업을 발굴해 부산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으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산시는 올해 4월 신규 기업을 최종 선정한 뒤 심층 집단면접(FGI)과 사업계획서 컨설팅 등을 진행했다.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 AX·특허·법률·회계·경영 분야 전문가들이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 성장 가능성과 현안 등을 점검했다.
이날 CEO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제조업의 AI·AX 전환과 피지컬 AI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제조 현장에 AI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심성현 국립창원대 교수는 AI·AX 정책과 산업 전환 흐름을, 박종성 LG CNS 팀장은 피지컬 AI의 산업적 변화와 제조기업에 미칠 영향을 각각 설명했다.
부산시도 3년 차를 맞은 앵커기업 사업을 단순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용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해 개별 기업의 매출이나 고용 증가뿐 아니라 지역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관리하기로 했다. 앵커기업을 부산 제조업의 간판 기업으로 키우고,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와 후방산업까지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조선·해양과 전력반도체 등 부산이 산업 전환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분야에서 앵커기업이 얼마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부산 제조업은 그동안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속에서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있었지만 이를 지역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구심점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앵커기업 육성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결국 중요한 것은 13개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 기업들이 부산에 얼마나 오래 머물며 더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느냐다.
기업의 본사를 부산에 붙잡고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 대학·연구기관·협력업체와 연결해 하나의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다. 특히 AI·AX 전환 과정에서 수도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좁히느냐도 부산형 앵커기업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부산형 앵커기업의 기술과 도전이 부산 산업의 경쟁력이 되고, 만들어 내는 일자리 하나하나가 부산을 다시 뛰게 할 것”이라며 “기업인들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과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부산형 앵커기업이 ‘지원받는 기업’에 머물 것인지, 부산 제조업의 판을 바꾸는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가 이제부터의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