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공급 대상·물량 미정…공론화 여부도 다음 주로
국제업무지구 1만 vs 8000가구·정비사업 규제도 결론 못 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보존이라는 원칙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공원 내 기존 건축물과 포장 부지의 활용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녹지 기능을 상실한 공간을 제한적으로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해당 공간까지 모두 향후 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본체부지라고 맞섰다.
용산공원 내 구체적인 활용 부지와 공급 물량을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규모,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주요 의제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다음 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나 서울 주택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4일 비공개 회동에 이어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발표 이후 처음 마련된 자리다.
회동을 마친 김 장관은 “오 시장과 주택 문제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지만 사실 드릴 말씀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했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 역시 별도 백브리핑에서 “오늘 용산공원 문제는 평행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용산공원 전체 부지에 대한 아파트 건립은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이미 건축물이 들어서거나 포장된 공간을 ‘훼손지’로 볼 수 있느냐였다. 용산공원조성지구는 전체 약 300만㎡로 이 가운데 약 243만㎡가 옛 용산 미군기지 부지다. 아직 공원 조성이 완료되지 않아 군부대가 사용하던 숙소와 업무시설, 도로 등이 남아 있다. 정부는 이런 공간을 녹지 기능이 훼손된 부지로 보는 반면, 서울시는 앞으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땅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정부가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원을 보존하면서 장교숙소와 같이 이미 주거용 건축물이 들어선 공간 등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면 주택 공급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전체를 다 밀고 집을 짓는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이미 훼손된 곳을 정화한 뒤 제한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공원을 잘 지키는 것과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은 현재 건축물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공간을 훼손지로 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된 용산공원 본체부지 전체를 장기적으로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은 훼손된 것이 아니다. 공원 부지 전체가 군부대가 사용하던 부지”라며 “현재 건축물이 들어서 있으니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염두에 둔 구체적인 대상지는 이번 회동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장교숙소·방위사업청·어린이정원 등 가운데 어느 곳을 검토하는지 물었지만 김 장관이 특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도 “특정 지역을 많이 거론하지 않았다”며 대상 부지와 예상 공급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다만 용산공원 본체부지 밖에 흩어진 산재부지의 활용 가능성은 융통성 있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가 대체 부지를 검토할 경우 서울시가 기반시설 설치 등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량도 합의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1만 가구, 서울시는 8000가구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역 정치권 등이 절충안을 마련하면 서울시도 필요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장관은 “다음 주에 만나 뭔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요구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년 주거 금융지원 방안도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 장관은 서울시의 요구를 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라며 “각자의 입장을 정확히 알게 된 만큼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다음 주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 회동 일정은 김 장관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 일정 등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단판이라기보다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좋은 결론을 향한 만남”이라고 평가했고 오 시장도 “오늘 만남으로 모든 논의가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며 후속 협의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