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 발표

정부가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불법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선다.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는 데서 나아가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고, 수사기관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도 검토한다.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8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피해자 삭제 지원 과정에서 수집한 3만4628개 사이트와 최근 5년간 불법사이트 운영으로 검거된 27건의 수사자료를 심층 분석해 대책을 마련했다.
분석 대상 3만4628개 사이트 가운데 6683개는 현재도 접속 가능한 상태였다. 이 중 3832개는 별도의 우회 절차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를 둔 사이트는 1316개로, 이들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215만 개로 추정됐다.
불법사이트는 조직적·기업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이트들이 실제로는 동일한 운영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한 운영자가 최대 26개의 불법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불법사이트의 수익은 주로 도박·성매매 등의 배너광고에서 발생했다. 국내망으로 접속되는 사이트 중 1674곳에서 배너광고 4만686개가 확인됐다. 불법사이트당 도박 배너광고는 평균 34.7개로, 정부는 사이트 한 곳이 연간 최소 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불법촬영물 등을 찾아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해왔다.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 4월 개소한 이후 올해 6월까지 삭제를 지원한 불법촬영물 등은 168만건을 넘는다. 그러나 일부 불법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삭제된 영상을 지속·반복적으로 다시 게재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연도별 삭제 불응률은 2022년 24.4%에서 2023년 31.2%, 2024년 24.7%, 지난해 28.5%로 매년 20~30%대를 기록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지워도 다시 게시하고, 도메인을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사이트들이 존재하는 한 피해자의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사이트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근본적 대응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독립 범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는 불법사이트 개설·운영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어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방조범으로 처벌되고 있다. 독립 범죄화할 경우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4개 시·도경찰청에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꾸릴 계획이다. 피해자의 신고를 토대로 수사를 시작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서버 위치와 사이트 간 연계 정보 등을 활용한 인지수사를 확대한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침투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도 검토한다. 노현서 디지털성범죄피해통합지원단 부단장은 “수사기관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수집하고 원본 데이터 삭제를 통해 피해를 신속하게 중단시킬 수 있도록 호주·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능동적 방어 제도, 즉 합법적 해킹도 적극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이트의 돈줄도 죈다. 불법촬영물 등이 유통되는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활용해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의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불법사이트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정부가 서버 등록 국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1만6346개를 분석한 결과 99% 이상이 해외에 서버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국내법상 제재 근거가 있더라도 관할권과 집행권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 사업자와 규제기관을 통한 대응에 나선다. 정부는 해외 호스팅·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 규제기관 등을 통해 현지 법령에 따른 삭제·차단을 추진한다.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하는 사이트에는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차단 요구권’을 도입한다. 도메인을 계속 바꾸며 차단을 피하는 ‘도메인셔틀링’을 자동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대응 기술도 개발한다.
정부는 불법사이트 개설 독립 범죄화와 능동적 방어제도 도입, 광고 금지, 긴급 차단 요구권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에 하반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피해 접수부터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 예방적 감독권까지 아우르는 통합대응체계 구축과 디지털성범죄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원 장관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촬영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불법촬영물 확산의 근원인 불법사이트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