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범온실, 인도네시아·베트남 후속 수주…현지 실증이 실제 계약으로
종자·기자재·운영 프로그램·A/S 한 묶음…단발성 납품을 반복 매출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넓어진 수출길과 K푸드로 높아진 인지도를 발판 삼아 이제는 식품을 넘어 한국 농업의 기술과 시스템까지 해외로 내보낼 때다. 종자·농기계·스마트팜·농자재와 운영 프로그램, 교육·사후관리까지 묶는 이른바 ‘농업 통째 수출’이다. 식품이나 온실을 단순 납품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후속 계약과 반복 매출을 만들어야 K푸드 열풍을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스마트팜 수출기업 21곳의 해외 수출·수주액은 기업당 평균 11억5000만원이었다. 이 중 기자재·시설 등의 수출액이 6억5000만원, 설계·설치·운영을 한꺼번에 맡는 프로젝트 수주액이 5억원이었다.
프로젝트 수주가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해외 실적에서 43.5%를 차지할 만큼 통합형 수출 수요는 확인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기업의 수출 전담 조직과 협업 기반은 취약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1.4%는 수출 전담부서가 없었고 수출 전문인력은 평균 1.4명에 그쳤다. 컨소시엄 형태의 수출 참여도 저조했다. 통합형 수출을 늘리려면 설계·시공·운영·A/S 기업을 묶는 컨소시엄을 꾸리고, 현지 실증을 실제 계약으로 연결할 기반도 갖춰야 한다.

실제로 스마트팜은 박람회에서 제품을 선보인다고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전시회 참가 경험이 있는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66.7%는 상담 후 계약 전환율이 5% 미만이었다. 계약까지 1년 이상 걸린다고 답한 기업도 44.5%였다. 현지 재배 가능성을 실증하고 인증·유지보수 방안까지 마련해야 계약으로 이어진다.
계약 이후에는 A/S가 또 다른 관문이다. 복수응답 기준 해외 지사를 통한 직접 대응은 9.1%에 불과했고, 본사와 현지 제휴사·딜러를 통한 대응은 각각 45.5%로 나타났다.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우면 바이어의 신뢰 확보와 재구매 전환도 늦어질 수 있다.
스마트팜 수출기업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는 온실과 제어기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품종을 심고 어느 정도 생산성을 낼 수 있는지, 고장이 나면 누가 대응할지까지 묻는다”며 “중소기업 한 곳이 설계와 인증, 현지 실증, 교육과 A/S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해법으로 기업 간 패키지 구성과 현지 실증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 농산업 수출 확대 전략’에 따르면 한국형 시범온실 사업은 2024년 인도네시아에서 37만달러, 지난해 베트남에서 4만달러 규모의 수주로 이어졌다. 현지에서 기술과 재배 성과를 입증한 시범온실이 후속 계약의 발판이 된 것이다.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는 온실 설계·시공, 국산 기자재와 운영 프로그램은 물론 현지인 교육, 병해충 관리, 기자재 교체·업그레이드, A/S, 생육 데이터 수집까지 아우르는 방식이다. 시설을 설치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현지 운영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정부도 이 같은 패키지형 수출을 확산하기 위해 올해 스마트팜 컨소시엄 수주 프로젝트 6개와 해외 실증 기업 6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2028년까지 충남 서산에 450억원 규모의 수출지원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지금이야말로 농산업 수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주력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REI는 농식품과 종자·농기계·스마트팜·농약·비료·동물용의약품·펫푸드 등 8개 산업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자·농기계·스마트팜을 묶은 ‘K애그리테크 패키지’와 우수 종자에서 생산·가공·유통·브랜드까지 잇는 ‘씨앗에서 식탁까지’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연결하면 온실이나 장비를 판매한 뒤에도 종자와 농자재, 운영 소프트웨어, 원격 컨설팅, 부품 교체와 A/S에서 후속 매출을 만들 수 있다. 발주처는 여러 공급업체를 관리할 부담을 줄이고 국내 중소기업은 대형 프로젝트에 함께 들어가 판로를 넓힐 수 있다.
패키지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FTA 특혜관세다. 협정상 관세 인하 대상인 기자재·부품·종자·농자재는 원산지 기준 충족을 증명하면 상대국에서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구성품마다 품목분류와 원산지 기준, 현지 인증이 다르고 스마트팜은 전용 품목분류(HS)코드도 없다. 국가마다 다른 코드를 적용해 통관이 지연된 사례도 있어 컨소시엄 단위의 원산지 관리와 인증·통관 지원이 필요하다.
K푸드+ 전략의 핵심은 FTA로 넓어진 시장에서 K푸드의 인기를 씨앗과 기술, 장비와 서비스 수출로 확장하는 데 있다. 단발성 납품을 후속 계약과 반복 매출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농업계 전문가는 “K푸드+는 종자부터 생산·가공·유통까지 연결된 한국 농업의 시스템을 수출하는 전략”이라며 “단기 선적액보다 현지 실증과 후속 계약, 운영·사후관리에서 이어지는 반복 수익을 성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농림축산식품부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이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