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산하 독파모 정예팀, 잇단 사업계획 변경 논란
"무빙타깃이 목표 완화 수단으로 변질" 지적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정예팀들이 2차 평가 발표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개발 목표와 자체 평가 방식 등 핵심 사업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를 따라잡겠다며 도입한 ‘무빙타깃’ 전략이 오히려 수행기관의 목표치를 낮추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협약 기간이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를 변경한 배경과 심의 과정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은 2단계 협약 종료일인 6월 30일을 한 달여 앞두고 총괄사업계획서 변경을 요청했다. 기업들이 요청한 변경안은 6월 4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대부분 승인됐다.
LG AI연구원과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각각 사업책임자·실무책임자 변경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월 단가 오기 정정 등을 요청한 것과 달리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는 모델 개발 목표와 과제 주요 내용, 자체 평가 방식 등 핵심 계획을 손봤다.
SKT는 5월 27일 △AI 모델 개발 목표 변경 △과제 주요내용 일부 수정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입자원 변경 △참여기관 추가 등을 요청했다. 모델 개발 목표는 기존 1개 모델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별도 모델 3개를 만드는 것으로 변경됐다. 변경 사유로는 ‘AI 기술 진화에 따라 에이전틱 AI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경량 모델도 필요한 상황’을 들었다.
SKT의 독파모 사업과제명은 ‘언어·멀티모달·행동을 융합한 차세대 트랜스포머 기반 초거대 모델 개발 및 K-AI 서비스 구현’이다. SKT 관계자는 “에이닷엑스 케이투(A.X K2)를 만든다는 개발 목표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 목표에 모델 3개를 추가했다”며 “기술 환경이 계속 달라지고 목표도 무빙타깃으로 바뀌는 만큼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1차 평가 모델인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 대비 2차 평가 모델 A.X K2에 투입된 학습데이터 양은 약 20% 줄었다. SKT 관계자는 “1단계에서 10T(10조 개) 했던 걸 2단계는 8T(8조 개) 정도로 데이터를 덜 학습했다”며 “셀렉트스타 등 데이터팀이 양질의 데이터를 추려서 효율적으로 학습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스테이지도 5월 26일 △자체 평가 비중 변경 △자체 평가 벤치마크 명칭 오기 정정 △참여기관 추가 등을 요청했다. 한국어·영어 각각 40%, 일본어 20%였던 자체 평가 비중을 한국어·영어 각각 35%로 줄이고 에이전트 10%를 추가하는 내용과 확산 영역 강화를 위한 참여기관 추가는 승인됐다.
반면 자체 평가 벤치마크 명칭을 바꾸려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스테이지는 이를 ‘오기 정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심의위원회는 “V1과 V2의 평가기준 및 방식의 차이가 매우 크므로 오기재로 보기 어렵다”며 불승인했다. 단순한 명칭 정정으로 보기에는 두 버전의 평가 체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사업계획 변경은 1차 단계에서도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LG AI연구원은 매개변수 규모와 모델 성능 목표를, 네이버클라우드는 매개변수 규모와 학습데이터 종류·규모 및 1·2차 단계별 목표를 변경하겠다고 요청했다. NC AI는 매개변수 규모, 업스테이지는 서비스 확산 목표 변경을 요청했으며 이들의 요청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모두 승인됐다.
독파모는 글로벌 프런티어 AI 모델의 95% 수준에 달하는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 사업이다. 정부는 빠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AI 기술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일정 주기마다 비교 대상과 개발 목표를 재설정하는 ‘무빙타깃’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각 정예팀의 협약 기간도 6개월 안팎으로 설정해 단계별 성과를 평가하고 다음 단계 목표를 다시 설정했다.
하지만 짧게 설정된 협약 기간 중에도 수행기관 요청에 따라 핵심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무빙타겟이 당초 제시된 목표나 개발 계획을 낮추거나 바꾸는 데까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각 정예팀이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수행계획 변경서의 일부를 블라인드 처리해 확인 가능한 내용이 제한적이었다.
김장겸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무빙타깃을 독파모의 핵심 경쟁력이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수행기간을 이유로 목표치를 낮추는 데 쓰였다”며 “과녁을 옮길 자유는 더 높이 쏘라고 준 것이지 맞히기 쉽게 하라고 준 것이 아닌 만큼, 무빙타깃이 목표를 끌어올렸는지 끌어내렸는지 정부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