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운용철학·관리역량도 사업자 선택 기준
30대 적립·40대 누수 방지·50대 인출 준비

퇴직연금은 20~30년 이상 운용하는 초장기 자산이다. 연간 수익률이 단 1%포인트(p)만 달라져도 복리 효과가 누적되면서 은퇴 시점에는 거대한 자산 격차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성과와 비용, 자산배분 구조, 투자 성향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업자와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올해 2분기 퇴직연금 비교공시를 보면 개인형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형 5년 수익률은 업권별 우열이 뚜렷하지 않았다. BNK부산은행은 13.53%, NH농협은행 12.51%, 삼성생명 12.30%로 NH투자증권(11.83%)과 신한투자증권(11.66%)을 웃돌았다. 최근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이동하고 있으나 업권 간판만으로 장기 성과를 재단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수익률 뒤에 숨은 자산 구성을 뜯어봐야 한다. 2분기 IRP 적립금 중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증권사가 73.8%로 은행(47.1%), 보험(29.0%)을 압도했다. 확정기여형(DC)에서도 증권사는 76.2%로 은행(34.8%), 보험(35.5%)의 두 배를 넘었다. 가입자가 떠안은 위험 수준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기 수익률을 최우선 지표로 꼽는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퇴직연금은 장기자산인 만큼 수익률을 볼 때 6개월이나 1년이 아니라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10년 성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역시 결정적 잣대다. 이재용 하나증권 연금컨설팅실장은 “수수료를 뺀 실질 수익률이 최종 연금 규모를 결정한다”며 “가입자가 비용을 직접 내는 IRP는 동일 조건이라면 수수료율이 낮은 사업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금 수령기에는 인출 방식에 따라 세금과 수수료 차이가 벌어지므로 10년 이상 분할 수령을 통한 연금소득세(3.3~5.5%) 감면 혜택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희 우리투자증권 전문가도 “펀드나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온라인 전용 클래스(e·C-P 등)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보수를 최대 0.5%p 이상 아낄 수 있다”며 “상품 자체 비용 외에 금융사가 떼는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합친 총비용부담률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비용만 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김 상무는 “적정 수수료를 내더라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지 봐야 한다”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설정과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모바일 플랫폼 편의성, 전담 PB 인력 유무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 역시 “과거 수익률은 참고용일 뿐이며 운용사가 시장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연령별 배분 전략도 생애주기와 투자 성향을 결합해야 한다. 통상 30대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40대부터 완만히 줄인 뒤 50대에는 안전자산을 늘리는 방식이 꼽힌다. 그러나 투자 성향과 손실 감내력, 은퇴 시점에 따라 맞춤형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직접 배분이 어렵다면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TDF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김 상무는 “30대에는 꾸준한 적립으로 파이를 키우고, 40대에는 주택 자금이나 이직 등에 따른 중도인출을 막아 자산 누수를 줄여야 하며, 50대부터는 리밸런싱과 연금 인출을 설계해야 한다”며 “일찍 시작해 중간에 빼지 않고 회복 탄력성 있는 자산을 꾸준히 모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