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과정을 취재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들은 설명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업종에서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나 확장을 제한하는 제도다. 올해 기존 11개 업종 가운데 자판기 운영업을 제외한 10개 업종의 재지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궁금한 것은 지난 보호 기간 동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느냐였다. 한 차례 보호를 받은 업종이 다시 보호 대상으로 선정됐다면, 그동안 소상공인의 경쟁력은 얼마나 높아졌는지, 보호 효과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지정에 판단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기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소상공인 비중과 매출, 고용, 시장 규모와 증감 추이 등 각종 자료를 살피고 이해관계자 의견과 실태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지정 필요성을 판단한다. 업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하나의 수치로 정책의 성패를 가를 수도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부는 여러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다고 설명하지만, 외부에서는 그 판단 과정을 충분히 들여다보기 어렵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소상공인과 중소·중견·대기업 측 추천위원, 공익위원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심의에 참여했는지, 어떤 자료를 놓고 어떤 논의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위원 명단이나 심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외부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판단할 공간도 필요하다.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숫자로 일률적인 기준을 만드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객관적’이라는 말에는 그에 걸맞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내부에서 여러 자료를 검토했다는 것과 외부에서도 그 판단의 객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판단의 근거와 과정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결론을 믿는 것 외에는 이를 검증할 방법이 많지 않다.
특히 재지정은 기존의 보호를 단순히 연장하는 절차로만 볼 수 없다. 한 차례 보호 기간을 거친 뒤에도 다시 대기업의 진입과 확장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를 새롭게 판단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최초 지정 때의 보호 필요성뿐 아니라 그동안의 변화와 앞으로도 보호가 필요한 이유를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한쪽의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대신 다른 한쪽의 생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보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재지정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왜 다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분명해야 한다.
객관성은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근거로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외부에서도 납득할 수 있을 때 그 말에 힘이 생긴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객관적 기준’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