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교부금 35% 상한·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원화…9월 추경 첫 관문

재정 상황을 둘러싼 숫자 해석에는 시각차가 있지만, 경기도가 내놓은 후속 대책은 구체화하고 있다. 세입이 좋을 때 재원을 쌓고, 신규사업은 중장기 부담까지 계산하며, 지방채·기금은 상환 시점까지 한꺼번에 관리하는 구조로 재정운용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재정혁신TF는 △안정적 지방세입 기반 확충 △재정운영 혁신 △지방재정제도 개혁 △재정건전성 강화 등 4개 분야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중앙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10대 우선과제도 별도로 내놨다. 추 지사 특별지시로 가동된 재정위기 극복전략 TF는 8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도는 9월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기도 재정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14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2.86%로 서울 20.05%, 부산 16.26%, 전국 광역지자체 평균 14.61%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행안부도 경기도가 현재 재정 ‘주의’나 ‘위기’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 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경기도 실상 제대로 알고나 평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일부 언론’이 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중심으로 재정 상황을 평가한 데 대해 반박했다.
추 지사는 2024년 경기도 자산 약 43조3000억원, 부채 약 6조6000억원을 근거로 자산 대비 부채비율 15.3%를 제시했다. 2023~2025년 경기도 채무 증가율도 36.1%라며 같은 기간 전국 광역지방정부의 증가율 12.7%보다 빠르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 숫자는 같은 지표가 아니다.
12.86%는 예산과 채무를 비교한 수치다. 15.3%는 자산과 회계상 부채를 비교한 수치다. 기준연도도 각각 2025년과 2024년으로 다르다.
경기도가 현재 행안부의 재정위기 단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과 세입변동성·채무증가 등에 대비한 중장기 재정관리가 필요하다는 도의 판단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 취득세 11조→8조… 호황기 세입 ‘자동적립’
경기도와 재정혁신TF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취약점은 세입구조다.
경기도 도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은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22년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세입이 급증하고 거래가 위축되면 재정 여력이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재정혁신TF는 이같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초과세입 자동 적립과 신규지출 자동 조정을 제안했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올 때 반복지출을 함께 늘리는 대신 초과 재원을 축적하고, 세수 감소기에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반복세입을 반복지출과 연결해 불황기에 구조적 적자가 커지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경기도가 2025년 지방채 발행한도 9460억원 가운데 약 9430억원을 발행하고 각종 기금에서도 5588억원을 활용한 상황에서 세입 변동을 흡수할 장치를 강화하는 과제가 전면에 올라온 셈이다.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재정위기 극복전략 TF 회의에서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선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추가 발굴, 연내 확보 가능한 세입재원 재추계에도 착수했다.
△국비 ‘얼마나 땄나’ 보다 ‘5년간 얼마 드나’
지출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재정혁신TF는 국고보조사업과 매칭사업을 선정할 때 정부에서 확보한 국비 규모가 아닌 경기도의 ‘5년 순부담’을 기준으로 사업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비가 늘어도 도비와 시·군비 매칭 부담이 더 커지거나 국비 지원이 끝난 뒤 운영비를 지방정부가 떠안으면 실제 가용재원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TF는 예산 부족 가능성이 있는 경직성·저성과·저집행 사업 71건, 2조4207억원 규모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사업별 필수성과 성과, 집행률, 계약 여부, 국비 매칭 등을 따져 유지·축소·통합·폐지·전환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위기 극복전략 TF도 2027년 본예산을 가용재원 범위에서 원점 재검토한다.
다만 일률적인 삭감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주 부지사는 감액추경에 대해 “깎기 위한 추경이 아니라 채우기 위한 추경”이라며 4분기에 부족한 민생예산을 확보하고 민생·안전 분야를 지키는 방향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 지방채·기금 ‘만기지도’…빌릴 때 갚을 돈까지 정한다
채무관리에도 구체적인 장치가 제안됐다.
재정혁신TF는 기금·채무·회계를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재정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정위험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자금을 빌릴 때부터 상환재원과 만기 분산, 기금 복구 계획을 함께 확정하는 ‘만기지도’ 작성 방안을 내놨다.
예산 규모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용재원과 위험이 현실화하는 시점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지방채와 내부차입, 우발부담을 함께 공시하는 방안도 중앙정부·국회 건의 과제에 포함됐다.
추 지사가 재정비상선언에서 채무와 기금 활용 이후의 상환 문제를 강조한 만큼 단기 세출 조정과 중장기 채무관리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 조정교부금 37%→35%…31개 시·군 설득 관건
재정제도 개편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복잡한 분야는 조정교부금이다.
재정혁신TF에 따르면 2024년 경기도의 조정교부금 등 부담률은 보통세의 37.0%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TF는 도 본청 부담률의 상한을 35%로 두고, 국가보전과 광역공동수요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도 본청의 가용재원 확보 측면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군에 배분되는 재원과 연결된 만큼 31개 시·군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추 지사도 시·군의 이해관계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광역교통과 산업 인프라 등 개별 시·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행정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과 같은 재정 문제를 겪는 다른 광역지자체와 연대해 정부·국회를 상대로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추진 과정에서 경기도의회와도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 반도체 커져도 도 본청 세입은 제한…공동세원화 추진
산업 성장과 도 세입을 연결하는 방안도 핵심 의제로 올라왔다.
현행 지방세 체계에서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 세입이다. 경기도도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필요한 광역교통·용수·산업기반시설에 재정을 투입하지만 기업활동 증가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도 본청에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
재정혁신TF는 취득세 중심의 세입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과제로 법인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경기도는 시·군 세입인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 단위 공동세원으로 활용한 뒤 도 세입과 시·군 재배분 재원으로 사용하는 ‘공동세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추진안으로,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 변경과 시·군 협의가 필요하다.
지역정가에서도 세입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광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도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데 동의하면서 세입 감소와 복지비 등 세출 증가를 함께 언급했다.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가 도 본청 재정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문제와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 보통교부세에 ‘초대규모 광역도’…정부·국회 상대 10대 과제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요구도 구체화됐다.
재정혁신TF는 보통교부세 산정 과정에 ‘초대규모 광역도’ 유형을 신설하고 인구·아동·산업·광역교통 등 대규모 행정수요를 산식에 반영하는 방안을 10대 우선과제에 포함했다.
지방소비세 확대분 가운데 광역기능 수행을 위한 재원을 보장하고 국가직 소방인건비·시설비의 국비책임을 확대하는 방안, 국가책임보조사업의 기준보조율 상향도 제시했다.
조임곤 재정혁신TF 공동위원장은 지방재정 문제를 중앙과 지방 간 재정권한 배분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이번 제안이 경기도에 한정된 처방이 아니라 지방재정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교부세 산식과 지방소비세 배분을 바꾸려면 중앙정부는 물론 다른 시·도와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경기도가 재정 문제를 개별 지자체의 요구보다 지방재정분권 의제로 확대하려는 배경이다.
△ 지역정가도 민생예산 보호…여야, 방법론은 온도차
9월 감액추경을 앞둔 경기도의회에서도 재정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도의회 민주당은 세입 감소와 복지비 증가 등 재정 상황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 민생예산을 지키고 불필요한 지출을 조정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안광률 대표의원은 세입 확대와 세출조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도민에게 필요한 예산까지 무분별하게 줄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건전재정 혁신추진단’을 가동해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채무·세입·재정 운용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윤종영 추진단장은 10일 회의에서 9월 추경 과정에서 7700억 원 규모의 민생예산이 기계적으로 삭감되지 않도록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경기도 재정건전화 조례’ 개정 등 제도적 보완도 검토하고 있다.
여야가 재정 악화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9월 추경에서는 어떤 사업을 조정하고 어떤 민생·안전 예산을 유지할지가 공통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8월 말 종합대책→9월 추경…재정개혁 실행 단계로
경기도는 8월 말까지 재정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재정위기 극복전략 TF는 △사업·재정 구조조정 △AI시대에 맞는 세입 기반 확충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위한 대외 연대 △공직사회 절감 등을 중심으로 세출과 세입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9월에는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추경안이 경기도의회 심사에 들어간다. 2027년 본예산 편성도 가용재원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게 도의 방침이다.
재정혁신TF가 내놓은 16개 과제 가운데 자체 재정운용과 관련한 사안은 도의 예산·재정정책에 반영하고, 조정교부금과 법인지방소득세·보통교부세 등 법령이나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한 과제는 도의회·시군·다른 광역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재정비상선언 당시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2, 3년 뒤 다시 지방채 발행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제시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은 8월 말 종합대책과 9월 추경, 2027년 본예산 편성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