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8000억 조달 여력…추미애 ‘재정 비상’과 맞물려

앞서 2024년 국회에서 공론화한 주택도시기금 출자전환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고, 김용진 GH 사장이 취임 뒤 직접 매달렸다고 밝힌 공사채 발행기준 개선도 먼저 현실화했다. 국토교통부는 출자전환에 따라 GH의 2029년 예상 부채비율이 333%에서 307%로 낮아지고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은 약 2조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2조8000억원이 경기도의 채무를 갚거나 세입 부족을 메우는 돈은 아니다. GH에 당장 현금으로 들어오는 금액도 아니다. 정부 지원금을 GH의 자본으로 인정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그만큼 공사채 등을 추가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정 공간’이다.
그러나 경기도 재정이 빠듯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는 작지 않다. GH가 공공주택사업을 확대할 때 필요한 자본을 경기도 출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앙정부 기금으로도 확충할 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16일 이투데이가 GH 국회토론회 자료와 경기도의회 회의록, 경기도·정부 발표를 시간순으로 다시 추적한 결과 이번 변화는 한 번의 건의로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었다.
문제를 찾아 숫자로 입증하고, 국회에서 공론화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한 뒤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 전임·현 경영진을 거치며 약 2년간 이어졌다.
△777억원에서 시작된 질문…GH, 숫자로 답을 냈다
출발은 2024년 9월이었다.
GH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제도개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핵심은 같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가 정부 지원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구조였다.
LH는 주택도시기금을 출자금으로 받아 자본 확충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GH 등 지방공사는 보조금으로 지원받아 자본금 확대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라는 같은 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지방공사는 자본 확충과 추가 자금 조달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구조였다.
GH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GH는 주택도시기금 보조금 777억원을 출자금으로 전환하면 약 2780억원의 추가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평균 건설비 1억6000만원을 적용할 경우 약 1700호의 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지원금의 회계처리 방식 하나가 실제 공급능력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 것이다.
김세용 당시 GH 사장도 지방공기업이 적정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정책사업을 수행하려면 지방공사 역시 LH처럼 주택도시기금을 출자금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777억원을 한번 쓰고 끝나는 지원금으로 볼 것인가, 자본으로 쌓아 2780억원의 사업 여력으로 키울 것인가. GH가 정부와 국회에 던진 질문은 분명했다.
△ 김용진 “부임 초부터 매달렸다”…과제는 끊기지 않았다
사장이 바뀌어도 과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김용진 사장은 2025년 9월 GH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규모 정책사업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 공사채 발행한도 개선과 정부지원금 출자전환을 함께 거론했다.
개발사업은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에 막대한 돈이 먼저 투입되고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김 사장은 이런 구조를 고려해 단기 수치가 아닌 중장기 현금흐름과 재무건전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취임 뒤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경영의 주요 축으로 끌어올렸다.
김 사장이 이 사안에 얼마나 힘을 실었는지는 2026년 4월 경기도의회 회의록에 그대로 남아 있다.
공사채 발행 제도개선 경과를 설명하면서 김 사장은 “부임 초부터 이 문제에 계속 매달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도의회 등 관계기관의 지원도 제도 개선에 힘이 됐다고 함께 평가했다.
전임 체제에서 시작한 제도개선 과제를 현 경영진이 승계했고, 김용진 체제에서는 이를 실제 경영과 공급 전략으로 연결한 것이다.
△첫 문턱 ‘공사채’ 낮췄다…2조3600억원 실제 승인
첫 번째 변화는 공사채에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3월 지방공사채 발행·운영 기준을 개정하면서 GH의 자금조달 여력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순자산의 일정 배수에서 총부채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발행한도를 계산했지만 개정 뒤에는 사채발행 총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김 사장은 넓어진 조달 여력을 곧바로 공급전략으로 연결했다.
GH는 4월 ‘GH Bridge 2030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3기 신도시 사업 속도 제고 계획을 내놨다.
당시 언급된 31조원은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GH가 확보한 현금도, 실제 발행하겠다고 확정한 공사채도 아니다. 김 사장은 경기도의회에서 “31조원을 지방채로 발행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31조원까지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확충된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제도 개선은 실제 재원 확보로 이어졌다.
행정안전부는 6월 GH가 신청한 2조36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승인했다.
대상은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일산테크노밸리 도시개발사업 △광명시흥도시첨단산업단지 등 5개 사업이다.
김 사장이 취임 전부터 지목했던 첫 번째 재정 문턱이 낮아지고 실제 사업재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 두 번째 문턱까지 열렸다…2조8000억원 ‘재정 공간’
두 번째 과제가 주택도시기금 출자전환이었다.
정부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 공급방안’에서 주택도시기금을 지방공사에 출자해 임대주택 공급 여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GH가 국회에서 문제를 공식 제기한 지 약 2년 만이다.
그 사이 경기도와 GH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서면건의와 방문협의, 관계회의 등을 통해 20차례 이상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가 GH를 사례로 분석한 효과도 구체적이다.
주택도시기금을 GH 자본금으로 반영하면 2029년 예상부채비율은 333%에서 307%로 26%포인트 낮아지고, 이에 따라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한 추가 자금조달 여력은 약 2조8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년 전 GH가 제시했던 계산이 정부 정책 차원으로 확대된 셈이다.
기금을 자본으로 쌓고,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고, 확보된 조달 여력을 다시 공공주택에 투입한다.
2024년 GH가 777억원을 놓고 제시한 ‘출자→자본확충→추가조달→주택공급’의 구조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안으로 들어왔다.

△ 추미애 ‘재정 비상’…GH 성과의 무게가 달라졌다
이번 제도개선이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경기도의 재정 상황 때문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5일 경기도 재정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경기도는 2025년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 원 가운데 9430억 원을 발행했고, 각종 기금에서도 5588억 원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올해 필요한 감액 추경 규모는 약 7700억원으로 제시했다.
추 지사는 단순한 지출 삭감에 그치지 않고 세입 구조와 지방재정제도를 손보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GH의 제도개선이 경기도 재정과 맞닿는다.
2조8000억원은 경기도의 부족한 예산을 GH가 대신 메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공공주택사업을 확대할 때마다 GH의 자본을 경기도 재정으로만 보강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향후 경기도가 GH에 추가로 현금·현물을 출자해야 하는 압력을 일부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도 출자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정부의 기금 출자 규모와 적용 사업, GH의 사업계획이 구체화된 뒤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성과를 ‘GH가 2조8000억원을 확보했다’고 표현하면 오히려 본질을 놓친다.
△ GH가 얻은 건 돈보다 ‘제도’였다
GH가 먼저 확보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2024년 국회에서 문제를 꺼냈다. 777억원을 2780억원의 조달 여력과 1700호의 공급 가능성으로 계산했다. 경기도와 함께 중앙정부를 20차례 넘게 두드렸다.
김용진 사장은 취임 뒤 공사채 문제에 “계속 매달렸다”고 공식 회의록에 남겼다.
첫 번째 제도개선 뒤에는 그 여력을 ‘GH Bridge 2030’과 공공주택사업으로 연결했고, 남아있던 출자전환도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전임 체제에서 문제를 찾아 의제화했고, 현 체제는 그 과제를 놓지 않고 제도 개선과 사업 실행으로 이어갔다.
GH라는 조직의 정책 연속성과 김용진 체제의 실행력이 만나는 대목이다.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에서 찾는 해법 역시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만은 아니다. 불합리한 재정 구조를 고치고 외부 재원을 끌어올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GH가 택한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예산을 더 달라고 기다리는 대신 제도를 바꿨고, 그 제도로 자본을 키우고, 넓어진 재정 공간을 다시 공공주택에 투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 남은 숫자는 ‘몇 호·얼마나 빨리’
제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GH의 재무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초기 투자에 따른 부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출자전환을 반영하더라도 2029년 예상 부채비율을 307%로 산출한 이유다.
따라서 김용진 체제 GH의 다음 평가는 얼마를 더 빌릴 수 있게 됐느냐가 아니라 넓어진 재정 여력을 실제 몇 호의 주택으로 바꾸느냐에서 갈린다.
착공과 입주를 얼마나 앞당기는지, 사업에서 회수한 자금을 다시 부채 감축과 신규 공급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는지도 관건이다.
2024년 국회에서 777억원으로 시작한 GH의 문제제기는 2780억원의 추가 조달 가능성으로 계산됐고, 2026년 정부 분석에서는 2조800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 여력으로 커졌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의 과정이다.
정부 지원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제도를 고쳐 사업할 공간을 넓혔다.
경기도의 재정이 어려울수록 산하기관에는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것보다 적은 부담으로 더 큰 정책효과를 만드는 역량이 요구된다.
GH가 2년에 걸쳐 낮춘 두 개의 재정 문턱은 2조8000억원보다 더 큰 자산일 수 있다. 이제 김용진 체제의 성적표는 그 제도적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도민이 체감하는 주택 공급으로 바꾸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