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위험 관리하되 실패기업 재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

다음 달 출시될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보증대출이 실질적인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리스크 관리와 재기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량적 재무지표에 갇히지 않는 단계별 평가 체계 구축과 함께, 기업 부실 시 창업자의 개인책임을 사전·사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적 안전망을 주문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보증대출이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초기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단계별 평가와 실패 이후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일시에 공급하기보다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향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창업 초기에는 이른바 '데스밸리' 구간에 있어 매출 등 정량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운 만큼 일정 기간 성장 과정을 지켜본 뒤 후속 지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평가 과정에서 신용도나 매출 개선에만 무게를 둘 경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놓칠 수 있다고 봤다. 정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초기기업은 매출이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과 경영자의 의지·성실성, 혁신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요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부실 관리와 성장 가능성 평가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보의 '스타트업 빌드업 보증부대출'도 첫해 지원 이후 재평가를 거쳐 2년차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신용도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 프로그램 내 추가 지원을 중단하는 구조다. 재무지표뿐 아니라 기술력과 사업모델, 시장성 등 초기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가려내느냐가 제도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실이 현실화한 이후의 대응도 과제다. 한선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달 발간한 '해외 벤처 금융의 책임 구조' 리포트에서 주요국은 중소·벤처기업 금융에서 부실 발생 시 책임 범위를 관리하면서 기업과 창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장치도 함께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가별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 책임의 범위를 사전에 제한하거나 부실 이후 조정하는 방식으로 책임 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 보증대출에서 개인보증 범위와 주거용 주택 담보를 제한하고 일본은 경영자 보증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보증채무 정리 절차를 운영한다. 미국도 파산·구조조정 제도를 통해 기업이 영업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벤처금융에서는 기업 부실 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개인 책임을 사전에 제한하거나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제도 설계는 책임 귀속 구조를 명확히 하고 금융거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