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브랜드보단 가성비, 제품력 본다”
일본 관광객은 K뷰티 본고장 소비…국경 허문 한일 유통가

1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명동역 6번 출구 인근 ‘올리브영’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일본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손에 스마트폰을 든 이들은 SNS에서 미리 찾아둔 제품 사진을 매장 직원에게 보여주며 위치를 물었다. 10대 자녀가 쇼핑하는 동안 부모들이 매장 한켠에서 기다리는 가족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일본 관광객들은 K뷰티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팬덤이 있는 듯 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한국 현지에서 직접 체험’ 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성지순례형’ 관광소비 패턴을 보였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노조미(21)는 “일본에서도 한국 뷰티 제품이 유명하다”며 “명동에서 와서 직접 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도 일본 돈키호테 등에서 일본 화장품을 많이 사는 것에 대해서도 “(양국인들이) 서로 각자 나라의 것을 좋아하는 것이니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일본인 카린(13)은 손에 마스크팩을 들고 있었다. 그는 “K마스크팩 효과가 좋다고 해서 엄마랑 쓰려고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아이돌 키키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써보고싶어 해당 제품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K팝 아이돌에 대한 호감이 K뷰티 실제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이 각 국민들에게 서로 ‘가성비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브랜드의 국적보다 제품 자체의 가치와 실용성을 우선하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을 이날 명동거리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올리브영 이후 찾은 유니클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활력이 넘쳤다. 매장 안은 한국인 고객들로 북적였다. 계산대 앞에는 저마다 장바구니에 옷을 가득 담은 채 결제를 기다리는 이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10년 넘게 유니클로 브랜드를 애용 중이라는 70대 김유연(가명) 씨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매장을 찾는다. 김 씨는 “유니클로는 가격이 저렴하고 제품도 괜찮다. 시장 물건보다도 저렴한데 깎을 필요도 없고 편하면서 촌스럽지 않다”며 “지인들에게도 좋은 제품을 찾게 되면 직접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물론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그런 마음과 이런 소비는 다르다”며 “그걸 굳이 연결해선 안된다”고 단언했다.
10대 소비자에게도 이런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을옷을 사러 친구와 함께 온 이지훈(17·가명) 군은 “노 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며 “그때와 지금은 양국 상황도 달라졌다. 제 또래 친구 중 20~30% 정도가 유니클로를 입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그는 특히 무난한 디자인과 가격을 장점으로 꼽으며 “유니클로는 아무렇게나 입을 수 있는 무난한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일본 브랜드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제품의 가격과 디자인, 실용성을 보고 구매한다는 것. 이 군은 그러면서 “제품이나 가격의 매력을 느껴서 써보면 그게 일본 브랜드인 경우가 종종 있다”며 “평소 쓰고 있어도 그게 일본 브랜드임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국 소비 패턴에 대해 “과거 한일관계가 냉탕 온탕을 오가며 흔들렸던 유통가 소비 패턴이 이제는 철저히 가성비, 품질, 브랜드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 같다”며 “국적에 연연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며 상대국의 우수한 브랜드를 서로 찾는 ‘교차소비’ 트렌드는 향후 한일 양국 유통 시장에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