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글로벌 방산 확장 승부수
호주 본사 아닌 미국 사업부 선택…승인 가능성 높여

한화그룹이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 USA 인수를 위해 최대 12억달러(약 1조66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 미국 방산·조선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오스탈 USA 인수를 위해 10억5000만∼12억달러 규모의 비구속적 인수 제안을 전달했다. 비구속적 제안은 거래 조건을 협의하기 위한 초기 단계로, 향후 실사와 가격 조정 등을 거쳐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인수 대상인 오스탈 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를 중심으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하는 미국 내 핵심 방산 조선업체다. 연안전투함, 원정고속수송함 등을 건조해왔으며, 현재는 차세대 상륙함과 감시함 등 신규 함정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의 전략 자산인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선체 모듈도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탈 USA는 미국 해군의 핵심 공급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화가 오스탈 USA를 품게 되면 단순히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의 군함 및 잠수함 공급망에 직접 진입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해군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군함 건조 능력 확충을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추진했던 오스탈 본사 인수 시도와는 구조가 다르다. 한화는 2024년 오스탈 전체 인수를 추진했지만, 호주 정부의 국가안보 우려와 미국 측 승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한화는 오스탈 지분 9.9%를 확보하며 전략적 관계를 이어왔다. 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아 미국 정부의 투자 적격성도 확보한 상태다.
이번에는 호주 본사를 제외하고 미국 사업부만 인수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호주의 자국 조선산업 보호와 국가안보 관련 규제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 내 조선소와 생산 인력, 공급망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승인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화는 최근 글로벌 방산·조선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MRO)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 대응해 해군 전력 확대와 조선업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생산 능력 부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의 오스탈 USA 인수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 역량 확충 정책과도 맞물리는 만큼,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화의 글로벌 방산 사업 확대와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제안은 아직 비구속적 의향서 단계다. 가격 협상과 실사, 계약 체결은 물론 미국 정부의 최종 심사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향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한화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성명을 통해 “한화는 미국 조선 산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으며, 미국 내 입지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번 거래 제안은 오스탈 USA의 운영 및 재무 상황, 그리고 새로 공개된 정보를 포함한 철저한 평가를 위한 실사를 조건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오스탈 미국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인수가격, 인수방식 및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