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 급수·살수 지원 확대…"기후 적응형 시설 투자 늘려야"

5일 농업계에 따르면 시설원예 농가는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환기팬과 차광시설, 안개분무장치, 양액 냉각기 등을 장시간 가동하고 있다. 양액 냉각기는 작물 뿌리에 공급하는 물과 영양액의 온도를 낮춰 생육을 유지하는 장비로, 폭염이 길어질수록 가동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축산농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돼지와 닭 등은 고온에 취약해 축사 내부의 송풍기와 환풍기, 쿨링패드 등을 사실상 하루 종일 가동해야 한다. 냉방을 줄이면 사료 섭취량 감소와 증체율·산란율 저하, 심하면 폐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냉방시설 가동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 한 축산농가는 월 전기요금이 269만원에서 770만원으로 약 2.9배 증가했고, 양돈농가에서도 폭염 기간 냉방비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폭염이 에너지 비용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까지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시설원예 작물은 고온이 지속되면 생육이 저하되고 수정률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축산농가 역시 가축의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출하량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냉방·환기 비용은 늘고 생산량은 줄어드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음식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름철에는 주방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과 환기시설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지만 냉방을 줄이면 종사자의 안전과 손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력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기를 하루 종일 가동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덥다고 느끼면 바로 발길을 돌려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도 어려운데, 지난달 전기요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폭염에 전기요금까지 뛰니 남는 게 없다"며 "주방 냉장고와 냉동고는 24시간 돌려야 하고 홀 냉방도 포기할 수 없어 다른 비용을 줄이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는 식재료 가격 상승과 냉방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영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당장 냉방비를 메뉴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지만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냉방비 지원을 넘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팜과 고효율 냉방·환기시설 등 기후 적응형 기술의 현장 보급을 확대하고, 농가의 기술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