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30% 늘면 한우값 53만원↓…‘2.5조 농업피해’ 손봐야 [룰라의 경협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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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올부터 무관세 전환
브라질산 관세 인하땐 경쟁 치열
한우비육우 순수익 4년연속 적자
“정부, 8년 전 피해 추계 손봐야”

브라질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TA)을 통해 관세까지 인하될 경우 한우 가격이 마리당 53만원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달 브라질 현지실사와 12월 협상 재개를 추진하면서도 국내 축산업 피해 분석은 내년에야 시작할 계획이다. 브라질산 쇠고기가 빠진 8년 전 추계에 의존한 채 개방 절차만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농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산 쇠고기 피해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산 쇠고기가 검역 문턱을 넘은 뒤 TA를 통해 관세까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실사는 수입위험분석 8단계 중 4단계여서 곧바로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수입 허용 여부 결정과 수입위생조건 협의·고시, 수출작업장 승인 등이 남아 있다.

검역 절차를 통과한 뒤 TA를 통해 관세까지 낮아질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브라질산 냉장·냉동 쇠고기에는 현재 40%의 기본관세가 붙는다. 수입이 허용되더라도 관세가 유지되면 가격 경쟁력이 제한되지만 관세까지 인하되면 대규모 생산 기반을 갖춘 브라질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진입 여건이 크게 달라진다.

농경연은 올해 국내 쇠고기 생산량을 28만8000톤, 수입량을 43만6000톤으로 전망했다. 쇠고기 자급률은 39.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증가가 한우 가격에 미칠 충격을 보여주는 시나리오도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22년 발간한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시대 대응 한우산업 정책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한·메르코수르 TA 체결로 국내 쇠고기 수입량이 30% 증가할 경우 600㎏ 한우 비육우 가격은 마리당 53만2000원, 6~7개월령 송아지 가격은 62만2000원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우농가의 생산자잉여 감소액은 408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브라질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정부 피해 추계가 아니라 전체 쇠고기 수입량이 30%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한 한우자조금 연구의 시나리오다. 실제 피해액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추가 개방에 한우산업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우농가의 충격 흡수 여력도 크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순수익은 2022년 68만9000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23년 142만6000원, 2024년 161만4000원, 2025년 99만9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적자다.

수입산 쇠고기 간 가격 경쟁 여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올해부터 무관세로 전환된 데 이어 호주산은 2028년, 캐나다산과 뉴질랜드산은 2029년 관세가 철폐된다. 여기에 브라질산까지 관세 인하 대상이 되면 수입 쇠고기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한우 가격을 누르는 압력도 커질 수 있다.

개방 압력은 한우에 그치지 않는다. 브라질은 현재 산타카타리나주로 제한된 돼지고기 수입 허용 지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닭고기는 이미 2024년 국내 수입량의 86.1%를 브라질산이 차지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까지 포함하면 축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새로 계산해야 한다.

결국 2018년 추계는 한·메르코수르 협정이 농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방향만 보여줄 뿐 현재의 피해 규모를 설명하지 못한다. 정부가 개방 절차와 통상협상을 서두르기에 앞서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 등을 반영한 피해 계산서부터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계 전문가는 “수입위험분석과 TA 협상은 별도 절차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검역 문턱과 관세가 함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브라질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반영해 관세 인하 속도별 피해를 다시 추계하고, 이를 토대로 민감품목 보호와 농가 경영안정 대책을 협상 단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색 젖소 저지종(앞)과 국내 사육품종 홀스타인종(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그런데도 정부의 피해 분석은 개방 절차보다 늦다. 정부는 내년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이 국내 축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이달 브라질 현지실사가 예정돼 있고 12월에는 메르코수르 당사국 동의를 전제로 TA 협상 재개 발표가 추진된다. 피해 분석이 개방 절차를 뒤쫓는 셈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 피해 추계는 8년 전 연구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의뢰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시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한·메르코수르 TA 발효 후 15년간 국내 농업 생산 감소액을 1조3924억~2조5039억원으로 추산했다.

메르코수르산 농축산물 관세를 15년에 걸쳐 철폐하면 피해액이 1조3924억원으로 가장 작았고 즉시 철폐할 경우 2조5039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요 피해품목으로는 브라질산 닭고기와 아르헨티나산 벌꿀, 우루과이산 치즈, 파라과이산 콩 등이 꼽혔다.

다만 이 수치를 현재 예상 피해액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당시 교역 구조와 관세 철폐 속도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인 데다 한국 수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브라질산 쇠고기는 주요 피해품목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환율과 생산비, 국내외 쇠고기 수급 구조도 달라졌다.

농업계는 검역과 통상 일정은 이미 진행되는데 피해 분석은 뒤늦게 시작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한다. 브라질은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수입 허용 지역 확대도 요구하고 있으며 닭고기는 이미 국내 수입의 대부분을 브라질산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개방 절차와 통상협상을 서두르기에 앞서 브라질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반영한 새로운 피해 추계와 민감품목 보호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검역 절차와 통상협상은 이미 일정이 잡혔는데 피해 분석을 내년에 시작한다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브라질산 쇠고기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닭고기까지 포함한 영향평가와 농가 보호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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