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폐지 공백 메웠다지만…사건 핑퐁·적체 우려 여전 [보완수사권 폐지 그 후②]

기사 듣기
00:00 / 00:00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경찰에 요구만 가능
법조계 “검경 사건 왕복·처리 지연 불가피”
이의신청권·열람권 확대⋯실효성 논란 계속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조계 우려는 여전하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사건 지연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장치들도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소법 개정안으로 검사는 앞으로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요구만 할 수 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1개월 내 이행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필요시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미진 사항이 발견될 때마다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구해야 해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검찰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하니 결국 검찰에도 경찰에도 국민에게도 좋을 게 없다”며 “지금도 핑퐁이 심한데 처리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실제 현재도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적지 않게 계류되고 있다. 본지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범죄자 처분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전국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단계에 있는 피의자는 3만293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험사기 사건의 계류율은 21.5%로 폭행 사건(0.5%)보다 크게 높았다.

법조계에서는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해야 하는 복잡한 경제사건일수록 경찰에 집중될 경우 보완수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검사는 “경제사건은 자금 추적과 법리 검토 등이 필요한 만큼 수사 부담이 크다”며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돼 사건 처리 지연 우려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일선 수사부서는 이미 인력 부족으로 사건 적체가 심각하다”며 “보완수사가 늘어나면 인력 보강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단축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 DB)

국회는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장기 지연을 막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서 기존 사건번호를 유지하도록 했다. 검사가 보완수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건번호를 유지하거나 전자화를 강화한다고 해서 검·경 간 견제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도 사건기록은 대부분 전산으로 관리되고 있고, 문제는 경찰의 증거 누락이나 보완수사 지연이지 전자냐 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는 경찰 중심 수사체계에서 피해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확대하고 피해자의 사건기록 열람·등사권을 신설했다. 압수수색과 검증 전 과정을 보디캠으로 촬영하고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구하면 경찰 신문 전 과정을 녹음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이 역시 해당 장치들만으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 변호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보디캠 착용에는 찬성하지만 이는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를 개선하는 제도일 뿐 보완수사권 폐지의 대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