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브라질 국빈 방문을 마무리하고 칠레로 향한다. 브라질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에 뜻을 모으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 이 대통령은 칠레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구리·리튬 협력을 앞세워 남미 경제외교를 이어간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방문 기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채택한 ‘4개년 행동계획’을 토대로 교역 중심이던 양국 관계를 핵심광물과 방산, 우주, 에너지, 첨단산업 등 미래 전략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2021년 이후 중단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별도의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브라질 측에서는 제라우두 알키민 부통령이, 한국 측에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각각 대표를 맡아 농축산물과 제조업 등 양측의 민감 분야를 조율하고 협상 재개의 걸림돌을 해소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조속한 진전을 주문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 기업의 정·제련 및 첨단 제조 기술을 결합하는 협력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원료 확보를 넘어 탐사와 채굴, 가공, 소재·부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에서 공동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의 자원 주권과 산업정책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현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함께 창출하는 호혜적 협력을 추진한다는 원칙도 공동성명에 반영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브라질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2100만t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 비중은 아직 미미해 자원 개발과 정·제련 기술을 갖춘 국가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브라질은 자원 수출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적인 협력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브라질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다목적 수송기 C-390에 한국산 부품을 확대 적용하고, 향후 항공기 공동개발과 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로 협력을 넓히는 방안도 논의됐다.
우주 분야에서는 발사 허가 절차의 조화와 간소화, 위성 데이터 활용, 달 탐사와 우주산업 협력을 추진한다. 한국 우주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제도적 협력이 한국 민간 우주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효율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AI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바이오경제, 지속가능연료, 산업 탈탄소화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과 영화, 사이버안보 분야의 교류 기반도 넓혔다.
브라질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29일부터 이틀간 칠레를 공식 방문한다.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남미 ‘ABC 3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인구 약 2억8000만명 규모의 시장을 공략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칠레 FTA 현대화와 교역·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칠레 FTA는 한국이 처음 체결한 FTA로, 양국은 디지털 통상과 공급망, 환경 등 변화한 무역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현대화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MOU 서명식과 공동언론발표,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과 투자 확대, 인프라 건설, 에너지·첨단산업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칠레는 세계적인 구리·리튬 자원 보유국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의 주요 공급처다. 정부는 칠레의 자원과 한국의 배터리·소재·제조 기술을 연계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현지 가공과 공동투자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