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전화 호출로 고령층도 이용…성과 검증 뒤 전국 82개 군 확대

2020년 기준 전국 농촌 행정리 5곳 중 1곳은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거나 하루 운행이 3회에도 못 미친다. 또한 고정된 노선과 배차에 따라 버스와 택시가 따로 움직여 주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빈 차 운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농촌 교통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민이 앱이나 전화로 차량을 부르면 AI가 버스·택시·수요응답형 교통(DRT)을 연계해 최적 노선과 배차를 실시간으로 짜는 ‘부르면 오는 교통’을 5개 군에서 실증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강원 인제군과 충북 진천군, 경북 봉화군, 경남 의령군·하동군에서 ‘농촌 특화 AI 기반 수요맞춤형 교통모델’ 실증사업이 추진된다.
실증사업은 이달 지역별 교통 현황 분석을 시작으로 운수업체 협의와 AI 기반 운영 모델 설계를 거쳐 11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운영에 들어간다. 실증 기간은 내년 10월까지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이나 전화로 차량을 호출하면 AI가 시간대별 수요와 도로망, 차량 운행 정보 등을 분석해 노선과 운행 시간을 조정한다.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계속 학습해 계절·요일별 이용 패턴까지 반영하고 불필요한 공차 운행과 승객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전화 호출도 함께 지원한다.

지역별 교통 여건에 따라 실증 방식은 달라진다. 인제군 상남면에서는 기존 마을버스 운행 체계를 전환하고 생활물류 배송을 연계한다. 진천군 백곡면은 DRT를 도입해 간선과 환승거점, 지선을 잇는 교통체계를 구축한다.
봉화군 소천면에서는 산간지역 생활권을 고려한 지역 연계형 DRT를 운영한다. 의령군 부림면은 공영버스와 택시형 DRT를 연결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하고, 하동군 화개면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관광 연계형 DRT를 도입한다.
농촌은 인구가 적고 마을이 흩어져 있어 고정 노선과 배차 방식만으로 주민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202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7563곳 가운데 시내버스가 운행하지 않거나 하루 운행 횟수가 3회 미만인 지역은 8049곳으로 21.4%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교통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농촌형 교통모델’을 운영해 현재 전국 82개 군에서 소형버스와 택시 등의 운행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고정 노선 중심으로 운영돼 주민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거나 운행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AI 기반 DRT를 먼저 도입한 지역에서는 대기시간 감소와 이용객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농식품부가 참고 사례로 제시한 전남 영암군은 2024년 AI 플랫폼을 적용한 콜버스를 도입한 뒤 평균 대기시간이 90분에서 26분으로 64분 줄었다. 월평균 이용객은 2023년 4048명에서 도입 후 9377명으로 늘었다.
농식품부는 이번 실증 결과를 토대로 지역별 표준모델을 마련해 농촌형 교통모델을 운영하는 전국 82개 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실증사업이 끝난 뒤에도 운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존 농촌형 교통모델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농식품부와 국토교통부, 현대자동차,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농촌 교통 정책 협의회’도 출범한다. 협의회는 실증사업 추진 상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과 정책 확산 방안을 논의한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번 실증사업은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농촌 주민의 이동권을 개선하는 새로운 정책모델”이라며 “지역별 표준모델을 마련하고 의료·복지·생활서비스와 연계한 농촌형 교통체계를 구축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