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법인·세포라 입점 확대…국가별 소비 특성 맞춘 전략 모색

K뷰티 기업들이 브라질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높아진 인지도를 실제 구매로 연결하기 위해 현지 법인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별 기후와 소비 특성을 반영한 제품 전략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국내 주요 K뷰티 4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비롯해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참석했다.
산업통상부와 브라질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 주최, 한국경제인협회와 브라질 무역투자진흥기관 아펙스브라질(ApexBrasil)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선 제조·인프라와 첨단산업, 소비재·유통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우리 측 참석 기업 15곳 중 4곳이 K뷰티 기업이다.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이례적인 동행으로,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K뷰티 달라진 위상은 중남미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남미 뷰티 제품 수출액은 2020년 1530만달러에서 지난해 7020만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중남미 최대 소비시장인 브라질에서 유독 K뷰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518만 달러에서 지난해 5430만 달러로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상 브라질은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 대상국 중 32위였지만, 현지 수입시장에선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중남미에서 K뷰티 확산을 이끈 주역은 단연 SNS다. 현지 소비자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제품 사용 후기와 화장법, 쇼트폼 콘텐츠를 통해 한국 화장품을 접하면서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현지 법인 설립과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로 연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라네즈를 멕시코에, 미쟝센과 려를 브라질에 선보이며 중남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라네즈는 이후 2024년 칠레와 콜롬비아, 2025년 브라질과 페루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중남미 스킨케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두 국가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업체와 협업하며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별 소비 특성에 맞춘 브랜드 전략도 병행한다. 미국 뷰티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멕시코에서는 라네즈 등 스킨케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멀티브랜드숍과 드러그스토어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헤어 시장 규모가 큰 브라질에서는 미쟝센과 려를 앞세웠다. 미쟝센은 올해 5월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뷰티 프리미엄 팝업스토어에 참여해 퍼펙트 헤어 세럼을 선보였다.
에이피알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중남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중남미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4년 4월부터 브라질 소네다와 파게 메노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파르마시티와 파르푸메리 등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에이피알은 기존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남미 판매 지역과 취급 제품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스킨1004를 앞세워 이달 브라질 세포라에 입점했다. 스킨1004는 2년 전 멕시코 최대 드러그스토어 파르마시아스 델 아호로 400개 매장 입점을 확정한 뒤 지난해 1분기 현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0% 증가했다. 칠레와 콜롬비아에서도 유통망을 넓히고 있으며 향후 에콰도르와 페루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한다.
실리콘투는 멕시코를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 법인의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 현지 직매입 체계를 구축해 물류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자체 K뷰티 플랫폼 스타일코리안을 중심으로 메디큐브와 라운드랩, 토코보, 셀리맥스 등을 현지에 알리고 있다. 연내 브라질 법인도 설립해 남미 시장의 유통·물류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남미 시장에 안착하려면 유통망 확대와 함께 국가별 소비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온다습한 기후와 강한 자외선에 맞는 가벼운 제형의 스킨케어·선케어 제품뿐 아니라 색조와 헤어 제품 선호 등 시장별 수요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는 화장품 수요와 구매력이 높은 데 비해 아직 포화되지 않은 시장”이라며 “SNS에서 얻은 관심을 장기적인 매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현지 소비자의 제품 선호와 유통 환경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