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MLCC 공급은 더 줄어
글로벌 대형기업과 3000억 계약

글로벌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체들이 AI 수요 급증에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생산 비중이 확대되며 범용 제품 공급까지 줄어드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겹치면서 수급은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를 중심으로 MLCC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공급사들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MLCC 가동률이 4개 분기 연속 90%를 웃돌고 있다"며 "AI 서버 중심의 강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 공급 부족을 해소할 만큼의 대규모 증설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공급업체들의 투자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와 무라타 모두 최근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어서 공격적인 선제 투자에 나설 필요성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공급 부족은 AI 서버용 제품 비중 확대가 범용 제품 생산 여력을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MLCC 업체들은 공정 부담이 큰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우선적으로 생산능력을 배정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 출시와 애플 아이폰 신제품 출시까지 예정돼 있어 수요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MLCC 수급은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은 삼성전기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MLCC 공급자는 사실상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가 전부"라며 "CSP들의 AI 투자 확대에 따라 삼성전기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기는 글로벌 AI 고객사들과 장기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AI 서버용 MLCC 수요 확대를 입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3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약 30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 한 해 동안이며 고객사의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고성능 MLCC를 공급한다.
앞서 5월에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고, 6월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약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맺는 등 AI 서버용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고 있다.
대규모 MLCC 장기공급 계약이 연이어 체결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번 계약이 단순한 공급을 넘어 MLCC가 AI 인프라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전략 부품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MLCC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MLCC 관련 설비투자(CAPEX)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생산능력도 2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더해 IT 제품 재고 축적 수요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투자 기조가 이어지는 한 MLCC 공급 부족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익성 개선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AI 서버의 전력 소모가 커질수록 고용량·고신뢰성 MLCC 채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기 등 선도 업체들의 수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