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는 일반 물류센터 보관
22대 국회서 관련 법안 5건 발의…모두 행안위 계류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현행법상 위험물로 분류되지 않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리튬이온배터리는 위험물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쿠팡 역시 물류 로봇과 전자제품용 리튬배터리를 일반 물류센터에서 보관·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전국 4곳의 위험물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월평균 약 100만개의 위험물 상품을 별도 시설에서 취급하며 손소독제와 페인트, 시너 등 법령상 위험물은 일반 물류센터와 분리해 관리한다.
반면 물류 로봇과 스마트폰, 노트북, 보조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일반 물류센터에서 보관·유통된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은 알킬리튬 등 일부 리튬 화합물만 위험물로 규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는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발화 지점인 6층 아랫층인 5층에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 로봇 수백 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화재가 아래층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리튬 배터리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는 리튬 배터리의 저장·취급 기준 강화와 특수가연물 지정 등을 담은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모두 5건 발의됐으나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리튬이온전지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차, 물류 로봇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규제 대상을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수가연물로 지정할 경우 제조·물류시설의 내화구조와 방화설비를 보강해야 해 산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완제품 형태의 배터리가 물류창고와 전자기기 매장 등 일상 곳곳에 분산돼 있어 일률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입법 논의의 걸림돌로 꼽힌다.
리튬이온전지 화재는 열폭주로 인해 진압이 어렵지만 뚜렷한 전용 소화 방식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기준 설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규제의 범위와 산업 영향, 현장 집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해 국회와 관계 부처의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정부도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제도 보완에 나섰다. 소방청은 리튬 일차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저장·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화재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해 5월 입법예고했다. 다만 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류창고 화재안전기준도 강화됐지만 기존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방청이 소화설비와 스프링클러 기준을 손질했으나 개정 기준은 시행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물류시설부터 적용된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인천 쿠팡 물류센터와 같은 기존 시설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물류시설 화재 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동화 물류시설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물류 로봇과 배터리 충전시설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을 반영한 안전기준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자동화 물류시설에 맞는 안전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물류 로봇 충전시설과 배터리 보관구역, 화재 감지·차단 설비, 초기 진압 체계 등 실제 운영 환경을 반영한 기준이 마련돼야 현장에서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