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 계산 시 6700억원 이상 손실 발생 추산
한국지엠 노사, 한국 공장 '신차 배정' 놓고 이견⋯파업 임시 중단
기아·르노코리아도 파업 가능성↑⋯완성차 4사 동시 파업 위기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이 확산하면서 올해 '하투(夏鬪)'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부분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파업을 잠정 중단했지만, 기아와 르노코리아도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완성차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13일 올해 첫 파업을 시작한 이후 사흘간 각 조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20~22일에는 파업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확대했다. 오전·오후 출근조가 각각 파업에 참여하면서 올해 들어 생산라인 가동은 총 36시간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시간당 생산량과 차량 평균 판매가격 등을 감안하면 파업으로 시간당 약 430대, 187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이번 36시간 파업에 적용하면 약 1만5800대, 6700억원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부품 협력사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는 임금 인상 폭과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영일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는 최근 담화문을 통해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정당한 해고로 이미 판결 난 해고자들을 어떤 사유로 복직을 논의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부분파업을 이어오던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잠정 주단하기로 했다. 23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합의안 통과가 불발되면 파업을 재개할 수 있다.
이들은 앞서 15~16일 경고성 부분파업을 한 데 이어 20~22일에도 각각 4시간씩 추가로 파업을 실시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미래 생산 물량에 대한 약속이다. 노조는 한국 공장에 신차를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차세대 '9B 차량 프로그램'의 한국 생산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제안만 내놓으면서 이견을 보이다 잠정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
기아와 르노코리아도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3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가 가결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르노코리아 역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서 파업 요건을 갖췄다. 노조는 23일 예정된 노사 협의에서 회사의 최종 제안을 확인한 뒤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복수노조 대표들도 최근 모여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아와 르노코리아까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현대차와 한국지엠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4사가 동시에 생산 차질을 빚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생산 공백이 길어질 경우 하반기 판매와 실적에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적시 생산 체계에 의존하는 부품업체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