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대형 구조개편안이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수순을 밟으면서 지지부진하던 사업재편에 속도가 붙었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가중된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번 재편은, 영업 실적의 근본적 반등보다는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을 방어하는 재무적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참여하는 '국내 1호' 구조개편안이 최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에 진입했다. 이어 여수산단의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4개사가 제출한 제2호 재편안 역시 정부 승인을 앞두고 있어 산단별 대형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 온 이번 구조개편은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사업성 저하 문제에서 출발했다. 최근 중동 분쟁 등 특수한 상황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그 효과는 일시적에 그쳤다. 실제 상반기 정기평정에서 석유화학업종은 비금융 기업 중 신용등급 및 전망 하향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며 심각한 업황 악화를 증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의 구조개편 시나리오 분석을 보면, 개별기업 간 이합집산을 통한 나프타분해설비(NCC) 및 일부 다운스트림 설비 감축으로 가동률을 높이고, 손실을 줄이는 사업성 개선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 글로벌 경쟁열위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설비 증설 부담이 여전한 데다, 국내외 신규 저원가 설비가 진입하며 이중 부담이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구조개편은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에는 의미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원가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구조적 경쟁열위를 해소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적 시너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무 및 신용도 측면에서의 실효성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구조개편 과정에서 사업조정과 공동기업 설립, 지분구조 조정 등이 이뤄지면 참여 기업들은 회계상 기존 주주사의 연결 재무제표 범위에서 손실과 차입금 일부를 제외할 수 있게 된다.
김 연구원은 "궁극적인 재무 부담이 주주사에 귀속되더라도 구조개편 지원패키지에 포함된 자본·부채구조 개편 효과가 제한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영업실적 전망상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이번 구조개편과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그간 하향 일변도였던 석유화학업종의 신용도 추이를 방어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