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보호부터 토허제까지…전문가들이 꼽은 부동산 토론회 과제 [수요는 지금, 공급은 안갯속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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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검토에 “주거비 부담 우려”
토허제 실효성 재점검…“부동산 정책, 예측 가능해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부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종합토론회를 열고 주택공급, 금융정책, 세제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자녀 교육이나 직장 이동 등으로 전세 거주가 필요한 1주택자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23일 열리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금융 규제 보완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거래 규제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1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정책 제안 게시판에는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의 사연이 잇따랐다. 청약에 당첨됐지만 두 자녀의 운동부 활동 때문에 전학이 어려워 반전세를 선택했다는 사례부터 높은 신용점수에도 생애최초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이 막혔다는 호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자문위원인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정책 간 충돌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부분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규제가 계약 체결 이후 갑자기 바뀌면 잔금이나 이주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존 계약이나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경과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를 모두 투기 수요로 간주하는 것은 실제 주거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는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률적으로 투기 수요로 보기 어렵다"며 "예외 조항을 두더라도 투기 수요만을 정확히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집주인이 보유 주택에 실거주하면서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거나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자문위원)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투기 수요가 아니라 주거 사다리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며 "대출 총량을 배분할 때 실수요자를 위한 별도 한도를 두거나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을 과도하게 확대하면 향후 금리 상승 시 차주의 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서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거래 규제 전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 대표는 "최근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히려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을 촉진한 측면도 있었다"며 "대출과 세제뿐 아니라 과도한 거래 규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내 시장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자문위원)는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지만 충분한 예고와 적응 기간 없이 시행되면 실수요자에게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책은 시장 참여자가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단순히 따라가기보다 국내 주택시장 구조와 거래 관행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정책 수용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부동산 문제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 국민 의견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부동산"이라며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진행된다"며 "망국적인 부동산 공화국에서 벗어나 국민 주거 안정과 생산적 경제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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