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득 기준 폐지해 지원 대상 확대
지원 금액 현실화·신청 간소화 요구도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던 딸에게 화상 수업이라도 시켜줄 수 있게 됐어요.“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두 자녀를 홀로 키우던 A씨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비양육 부모를 대신해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는 시행 1년 만에 7300여 가구, 1만1000여 명의 미성년 자녀를 지원하며 한부모가족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2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만난 A씨는 자녀 2명에 대한 선지급금으로 매달 40만 원을 받고 있다.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으면서 생활비는 물론 자녀 교육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던 A씨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선지급금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A씨는 "예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옷 한 벌 사주는 것도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며 "독학으로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딴 큰딸이 원하던 화상 일본어 수업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 부모에게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올해 6월까지 누적 지급액은 188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10월부터는 신청 요건 가운데 소득 기준이 폐지돼 지원 대상이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전지현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선지급 제도는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안정과 미성년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국가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1년이었다"고 말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선지급뿐 아니라 양육비 상담과 협의, 소송 지원, 강제집행, 명단 공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 양육비 이행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출범 이후 누적 양육비 이행금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도입된 선지급 제도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급한 선지급금에 대한 회수 절차도 본격화했다.
현재까지 지난해 7~12월 지급한 선지급금 77억3000만원 가운데 약 10%를 회수했다. 관리원은 금융결제원과 국토교통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시스템을 연계해 채무자의 예금과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강제징수 절차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리원은 다만 상당수 사례가 현재 납부 독촉과 변제기한 부여 단계에 있어 압류 등 강제집행까지 이어지지 않은 만큼 회수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혜자들은 선지급제가 양육비 공백을 메우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원 수준과 신청 절차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데 월 40만원으로는 학원 하나 보내기도 빠듯하다"며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양육비 부담이 다른 만큼 자녀 연령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딸을 잃은 뒤 중학생 손주를 키우고 있는 B씨 역시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청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안 주는 것보다 훨씬 낫고 꾸준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든든하다"면서도 "고령자는 법원 서류를 준비하고 신청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민센터에서도 제도를 잘 몰라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원은 법원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일부 서류를 제외한 대부분 서류는 행정정보 공동이용 등을 통해 제출 부담을 줄였으며, 휴대전화 사진 제출도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10월부터 소득 기준이 폐지되면 더 많은 한부모가 선지급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신청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