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코스맥스·코오롱 등 기술력 갖춘 ODM·소재 기업이 시장 주도
"이상기후는 구조적 흐름",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서도 러브콜

오락가락하는 여름철 이상기후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을 넘어 패션·뷰티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미백과 안티에이징, 디자인 중심이던 뷰티 시장 경쟁의 축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제형 기술’과 냉감·자외선 차단을 강화한 ‘섬유 소재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별화한 기후대응 기술력을 보유한 ODM(제조·개발·생산) 기업과 소재 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미 달라진 기후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 우리나라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16.9일로 1910년대(7.7일)보다 2.2배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5.6℃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폭염일수(24.0일)도 3.1배에 달했다.
한국콜마는 최근 자외선 차단력뿐만 아니라 끈적임 없는 사용감, 수분감, 스킨케어 기능성, 메이크업 친화성 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온도감응형 소재를 활용해 고온에서 필름막 형성 기술을 개발, 선케어 제품의 유지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얇게 발라도 고효능의 자외선차단지수(SPF)를 구현하는 제형과 소재 개발이 핵심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기존엔 SPF 지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광노화 방지, 우수한 사용감과 지속력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R&D가 이뤄지고 있다”며 “계절성 제품이던 선케어가 상시 소비재로 자리 잡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맥스는 물에 지워지지 않는 단순 내수성 중심의 기존 워터프루프 기술을 뛰어넘었다. 땀·피지·습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혹한 기후 환경에서도 견디는 정교한 ‘환경 내성 제형’에 집중하고 있다. 35도 이상의 폭염과 고온다습한 외부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기능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단순 청량감을 주는 멘톨 계열을 넘어 실제 피부 온도를 낮추고 지속적인 안정감을 주는 쿨링 기술과 장시간 착용 시 모공을 막지 않는 가벼운 통기성 설계가 제품 개발의 선행 요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후 대응 제품은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연중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는 자외선 차단과 쿨링이 결합한 복합기능 제품 수요가 높다. 최근47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을 비롯해 북미 시장에서도 클린 뷰티 기준을 충족하면서 고온 내구성을 높인 제형 개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도 소재 기업과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후대응 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대표 냉감 소재 ‘brrr°’는 쿨링 미네랄이 함유된 원사를 사용, 피부에 닿는 순간 즉각적인 시원함을 제공한다. 또 수분 배출 기능이 뛰어나 땀으로 인한 끈적임을 최소화한다. 회사는 후가공 처리 기법도 진화시켰다. 태양광 중 강한 열작용을 하는 적외선을 반사·산란시켜 태양볕 열감을 차단하는 ‘솔라플렉트(Solar-Flect)’ 기술이 대표적이다.
천연 무기물로 원단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는 기법으로, 코오롱FnC는 이번 시즌 여성 윈드케이 후드 재킷 등에 적용했다. 강력한 흡수력으로 땀을 빠르게 기화시켜 체온을 조절하는 ‘플랫드라이(Flat-Dry)’ 기술, 원단의 미세한 통기 구조를 극대화한 ‘에어도트(AIR-DOT)’ 기술도 폭염 속 쾌적함을 극대화하는 생존형 의류 과학의 산물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고온다습한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기능성 섬유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여름철 필수 소재가 됐다”며 “앞으로도 기후 데이터와 고객의 활동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부터 고난도 아웃도어 활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라인업에 기술 집약적 소재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