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료만 받던 시대 끝났다…지분으로 미래가치 챙긴다

기사 듣기
00:00 / 00:00

기술료 외에 지분 투자로 받는 경우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 기대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계약 방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등 기술료를 받았면 최근에는 계약 상대방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반대로 기술료와 함께 투자도 유치하며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라클은 맵틱스와 공동 개발한 망막질환 치료제 ‘MT-103’을 메멘토 메디신에 기술수출하면서 총 800만달러(약 120억원)의 계약금 가운데 절반인 400만달러(약 60억원)를 받았다. 이중 325만달러(약 48억원)는 현금으로, 나머지 75만달러(약 11억원)는 메멘토 메디신의 지분으로 받았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0억78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맵틱스와 50:50으로 나눠 갖는다. 큐라클은 MT-103의 후속 개발 성과와 파트너사의 성장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 공유를 위해 지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 일부를 현금 대신 지분으로 수령한 것은 지급 방식의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인 기술수출 계약은 계약금과 개발·허가 단계별 마일스톤, 상업화 이후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계약 상대방의 지분을 함께 보유하면 후보물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후속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해 기술료와는 별도의 투자 수익도 가능하다. 실제 메멘토 메디신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벤처캐피털(VC)로부터 930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반대로 기술수출 계약과 함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일라이 릴리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의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최대 26억200만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당시 4000만달러(약 600억원)의 계약금과 함께 1500만달러(약 220억원)의 지분 투자도 유치했다. 지분 투자는 기술수출 계약과는 별도로 이뤄졌지만 계약의 연장선으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해외에서는 지분 보유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으로 수익을 낸 경우도 있다. 2023년 로슈는 로이반트 사이언스와 화이자의 합작사인 텔레반트를 약 71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했다. 로이반트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RVT-3101’ 개발을 위해 텔레반트를 설립하고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인수 과정에서 기술료와 별도로 지분 투자 수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계약이 단순히 개발 권리를 이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개발 성과와 기업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본다. 계약 상대방의 성장 가능성까지 투자 대상으로 삼으면서 기술료 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인 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성공 시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것과 개발 회사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별개의 수익 구조”라며 “후속 투자 유치, IPO, M&A 등 다양한 형태의 엑시트가 이뤄질 경우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경제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