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관리·공시 시스템 구축 부담…초기 3년 면책으로 연착륙 유도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당초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려던 정부 초안보다 대상과 속도가 모두 확대됐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응과 자본시장 신뢰도 제고라는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연결 종속회사와 협력사까지 포괄하는 데이터 구축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에 대해 경영계는 공시 대응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SG 공시는 단순한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기후 리스크, 온실가스 배출량, 전환계획, 위험관리 체계 등을 재무정보와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특히 연결 기준 공시가 적용되는 만큼 해외 법인과 주요 종속회사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공시 첫해에 한해 자산과 매출이 모두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예외는 한시적이다.
대기업의 손익계산도 복잡해졌다. ESG 공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요구에 대응하고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과의 대화와 수탁자 책임활동에 ESG 공시 정보를 활용하면 공시 품질은 기업가치 평가와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고탄소 산업에 대한 전환금융 공급 과정에서도 기업의 기후리스크와 전환계획 공시가 활용될 전망이다.
반면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공시 프로세스 구축, 온실가스 인벤토리 정비, 내부 통제 체계 마련, 외부 컨설팅, 전산 시스템 투자 등에 나서야 한다. 2030년부터 제3자 인증이 의무화되면 회계감사와 유사한 검증 비용도 추가된다. 인증 범위와 수준은 추후 정해지지만 기업들로서는 재무·법무·IR·ESG 조직을 함께 묶은 대응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
공급망 관리도 핵심 부담으로 꼽힌다.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3 공시는 공시대상별로 3년 유예된다. 이에 따라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부터 스코프3 공시가 시작된다. 다만 자동차, 부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철강 등 제조업 비중이 큰 국내 대기업은 협력사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해야 해 준비 기간이 길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공시 로드맵이 확정된 만큼 대응 체계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사업보고서 공시로 바로 편입되면서 ESG 정보는 더 이상 홍보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차원의 영역에 머물기 어렵게 됐다. 대기업에는 비용 부담이지만 동시에 투자자와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ESG 공시는 새로운 경영 성과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