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일반 고객 대상 V2G 실증 본격화…전기차·전력망 간 충·방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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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0만 대 전력망 연결 시 1GW급 대형 발전소
에너지 안보 중요성 부각…전력망 효율 제고 수단 V2G 주목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시범서비스 참여 고객의 제주시 한경면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이용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V2G(Vehicle-to-Grid) 시범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고 전기차와 전력망 간 양방향 충·방전 실증에 착수했다. 연구시설이 아닌 실제 가정에서 V2G를 검증하는 첫 사례로 전기차를 분산형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상용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현대차그룹은 최근 V2G 시범서비스에 참여하는 고객 가정의 충·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증에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9 보유 고객 40명이 참여한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V2G는 발전설비를 추가 건설하지 않고도 전력망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V2G 상용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0킬로와트(kW)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대가 동시에 1시간 방전할 경우 최대 1기가와트(GW) 규모의 양수발전 또는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에 맞먹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약 80만명이 1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2030년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약 42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V2G 활용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분석을 적용하면 전기차 420만 대는 1GW급 발전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유연 전력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제성도 주목된다. 42기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양수발전에는 약 84조원이 필요하지만 V2G는 약 5조4600억원으로 추산돼 최대 78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구축 기간도 양수발전은 7년 이상, BESS는 6개월 이상 걸리는 반면 V2G는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해 약 1개월이면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충전기 연결 빈도와 시간대별 이용 행태, 배터리 방전에 대한 수용성 등을 분석해 상용 서비스 모델과 고객 보상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확보한 데이터는 향후 새만금 AI 수소시티의 V2G 기반 사업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참여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아 EV9 차주는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돼 기존 충전 방식과 다르지 않아 쉽다"며 "최저 배터리 잔량을 설정할 수 있어 방전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차주도 "V2G 전용 요금제와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같은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V2G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전력 거래와 정산, 보상 체계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전력자원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국내도 제주 실증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와 정산·보상 기준 등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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