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묶인 대출 캡, ‘마통·2금융’으로 숨어든 빚투 자금 [대출 브레이크의 역설]

기사 듣기
00:00 / 00:00

5대 은행 마통 잔액 44조469억…1월 말보다 4.3조 증가
신규 한도는 조였지만 기존 한도·DSR 예외…마통·보험대출로 자금 우회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이 잇따라 높아지면서 자금 수요가 마이너스통장(마통)과 보험계약대출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창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에 대응하려는 투자 수요와 긴급 생활자금 조달 수요가 마통과 제2금융권으로 옮겨붙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일 기준 44조46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39조7380억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4조3089억원 폭증했다. 5월 말 41조4482억원, 6월 말 43조2812억원에 이어 이달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마통은 약정 한도 안에서 수시로 돈을 빼 쓸 수 있는 한도성 대출이다. 최근 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이 마통 한도를 줄이고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신규 설정이나 증액 시점에만 적용된다. 기존 보유자는 이미 열려 있는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어 자금 갈증을 푸는 1차 창구로 활용되는 형국이다.

1금융권의 대출 문이 잠기자 서민들의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해약 시 돌려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쓰는 상품이다. 별도 신용심사가 없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주로 찾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10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5조8872억원으로 전달(55조3078억원)보다 5794억원 증가했다.

특히 보험계약대출은 DSR 산정 대상에는 포함되나 원금 상환을 가정하지 않고 실제 납부하는 이자 상환액만 반영돼 DSR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이 같은 틈새 특성이 부각되면서 제2금융권 가계대출 전반의 지표도 뒤흔들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증가폭이 줄었으나 보험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1조원 늘어 전월(9000억원)보다 확대됐다. 2금융권 내에서 보험권만 예외적으로 비대해진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풍선효과를 잡기 위해 규제의 그물을 더 촘촘히 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마통의 미사용 한도를 축소하고 나섰다. 보험업계 역시 해약환급금 대비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전방위적인 조이기에 착수했다. 시장의 취약 차주들은 갈 곳이 더 없어지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이어 마통과 보험대출까지 강제로 억누르면,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같은 음성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 은행권 신규 대출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자금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당장 돈이 필요한 이들의 수요를 제도권이 외면하면 결국 대부업 장벽을 넘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가는 등 가계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