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왕국 일본의 변신…잠자던 2300조엔 깨어난다 [일본 머니무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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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정상화·인플레에 가계 자산 대이동
가계자산서 예·적금 비중 18년 만에 50% 붕괴
2030, NISA·SNS 힘입어 주식·펀드 관심↑

▲일본 도쿄에서 한 행인이 지난달 15일 증시 전광판을 촬영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가계의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 속에서 현금과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국채와 주식, 펀드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와 물가 상승으로 예금만으로는 자산가치를 지키기 어려워지면서 일본 사회가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자지 닛케이아시아(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약 2300조엔(약 2경2000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절반가량이 은행 예금에 묶여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산 재배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보통예금 잔액 증가율은 올해 2월 기준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쳐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18년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주식과 투자신탁 등 비율은 상승세로 작년 말 21.5%를 차지, 2019년 말 14.1%에서 7%포인트(p) 이상 높아졌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국채 시장이다. 온라인 증권사 라쿠텐증권에서는 일본 국채(JGB)의 월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 개인용 국채 발행 규모도 지난해보다 61% 늘어난 4조5000억엔을 기록했다. MUFG은행은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계기로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가는 징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과 펀드 투자도 늘고 있다. 2024년 비과세 투자계좌(NISA)가 대폭 확대 개편된 것과 더불어 SNS를 통한 투자 정보 확산에 힘입어 20~30대를 중심으로 자산 운용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작년 말 NISA 계좌는 2826만 개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일본투자운용협회에 따르면 5월 주식형 펀드의 순유입액은 총 1조7000억엔을 기록하면서 36개월 연속 순유입세를 이어갔다. 월간 순유입 규모는 9개월 연속 1조엔을 넘었다.

이 같은 자산 이동은 실제 가계 소득 구조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가운데 이자와 배당 등을 가리키는 재산소득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가계의 재산소득은 약 33조6000억엔을 기록해 20년 전의 1.8배에 달았다. 전년보다 5조3000억엔 증가하면서 전체 소득을 전년 대비 1.6%p 끌어올렸다. 이 상승효과는 1994년 이후 최대였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구조적인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자산을 투자해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투자신탁·채권 등 위험자산 비중은 25%에 그쳐 미국의 약 60%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는 물론 대만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에 금융 이해도 제고와 가계 소득 확대가 향후 투자 문화 정착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니시노 아야토 연구원은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 가계가 자산 형성에 할당할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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