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병원 항생제 적정사용의료기관으로 “무분별한 남용 자제”

여러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MDRO) 발생이 국내에서 꾸준히 증가하면서 의료계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제내성균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 정확한 이해와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일 부산 온병원 감염내과 이진영 과장(전 고신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대표적인 다제내성균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은 최근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저항성을 획득해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가 어려운 세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카바페넴 항생제가 듣지 않는 CRE와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MRAB) 등이 있다.
이 과장은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CRE 연간 신고 건수가 과거 1만 건 수준에서 최근에는 3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했다”며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을 포함한 주요 대도시에서도 발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의료기관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제내성균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감염’과 ‘보균’의 구분이다.
감염은 세균이 혈액이나 장기 등에 침투해 고열과 염증, 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특수 항생제나 병합요법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혈류 감염으로 진행될 경우 세균 종류에 따라 치명률이 30~60%에 이를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반면 보균은 세균이 체내 또는 피부에 존재하지만 특별한 증상이나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과장은 “다제내성균 환자의 70~80%는 실제 치료가 필요 없는 단순 보균자에 해당한다”며 “면역 기능이 정상이라면 체내 미생물 균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균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위생수칙 준수는 필수다.
전문가들은 다제내성균이 공기 전파가 아닌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만큼 철저한 손 위생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화장실 이용 후와 식사 전후에는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수건이나 칫솔, 면도기 등 개인 위생용품은 가족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의류나 침구류, 식기류는 일반적인 세탁과 세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른 질환으로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할 경우 자신이 다제내성균 보균자라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관 내 중증 환자에게 전파될 경우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 과제로는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꼽힌다.
부산 온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SP)’ 의료기관으로 항생제 처방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감염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장은 “다제내성균 문제는 의료기관의 체계적인 항생제 관리와 시민들의 올바른 약물 사용이 함께 이뤄질 때 해결할 수 있다”며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요구하지 않고, 처방받은 항생제는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다제내성균 증가가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강화와 함께 국민들의 올바른 항생제 사용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