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축구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며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붉은악마는 29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입장문에서 "만약 자신의 과거 실패를 세탁하기 위해 우리의 진심을 도구로 삼았다면, 자신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축구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홍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뒤 12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사죄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끝까지 대한민국 축구팬을 유린한 그는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인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뼈저리게 반성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앞에 무릎 꿇은 뒤 축구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 이후부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축구를 좀먹는 적폐가 사라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팬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성명 말미에는 "2026년 대한민국 축구가 사라진 날"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비판의 대상에는 홍 감독뿐 아니라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어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축구 행정 수뇌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감독은 이날 새벽 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강조했지만,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없이 약 1분 35초 분량의 입장문만 읽고 퇴장하면서 '기자회견이 아닌 입장문 발표'라는 비판을 받았다. 퇴장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듯한 모습까지 포착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홍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체코를 2대1로 꺾었지만,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0대1로 패하며 1승 2패(승점 3)로 A조 3위에 그쳤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는 각 조 3위 팀 가운데 상위 8개 팀까지 32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한국은 와일드카드 순위 10위에 머물며 탈락이 확정됐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감독이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26 북중미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두 번 모두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AFC 아시안컵까지였지만, 예정된 임기보다 약 반년 일찍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 역시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2024년 홍 감독 선임 당시 전력강화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몽규 회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인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비공식적으로 추천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질의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앞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정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를 사실상 무력화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체육 행정 개혁을 지시했으며, 문체부도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표팀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며, 대한축구협회는 별도의 귀국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