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줄자 ‘가성비’ 외곽 강세
전세 물량 감소에 월세 최고치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을 활용한 매수와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무분별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도 함께 악화되면서 내 집 마련 문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화를 부추기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집합건물 대출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평균 대출지수는 49.0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55.10)보다 11.05% 하락한 수치다. 서울의 대출지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50을 웃돌다 6월 55.11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50.66으로 일시 반등했지만 4월과 5월 다시 50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차입을 통한 주택 매수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 규제로 갭투자도 크게 줄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서울 지역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거래 가운데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거래 비율은 21.2%로 집계됐다. 2020년(51.6%), 2021년(54.6%), 2022년(56.9%)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며, 지난해(37.2%)보단 16%포인트(p)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이 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지만,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까지 위축시키면서 내 집 마련 문턱을 높이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갭투자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전세를 놓은 뒤 직접 입주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역할도 했다"며 "대출과 갭투자가 모두 어려워지면서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본은 더 커졌고,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전세를 낀 매수가 감소하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1건으로 1년 전(2만4734건)보다 19.1% 감소했다. 전세 물량이 줄면서 일부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했고,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6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67%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 대출을 적게 받아도 매수 가능한 서울 외곽이나 서울이 인접한 경기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수요자가 몰리다보니 가격 오름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 기준 서울에서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성북(7.89%)이었다. 강서(7.29%), 구로(6.67%), 영등포(6.38%)도 서울 평균(4.82%)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도에 속한 광명(9.08%), 구리(7.87%), 안양(7.64%), 하남(7.29%)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전통적인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와 강동이 포함된 동남권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2.47%에 그쳤다. 과거에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전세를 활용해 서울 핵심 지역 진입을 준비했다면, 최근에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외곽마저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겹치면서 중심지가 아니라도 우선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책은 고가 주택 중심의 과열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세도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됐다"며 "현행 기준으로는 실수요자들이 정책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례가 점차 늘어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