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공약한 ‘북항 돔구장’ 구상이 취임도 하기 전에 거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논쟁의 표면은 야구장 이전 여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다. 이미 행정절차와 국비 확보까지 마친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북항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울 것인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까지 확보된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또다시 기약 없는 희망고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전 당선인의 북항 돔구장 구상을 정면 비판했다.
서 의원은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20년 가까이 돔구장과 바다 야구장 등 선거철마다 등장한 각종 공약에 가로막혀 첫 삽도 뜨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정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299억 원까지 확보하면서 비로소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특히 전 당선인과 민주당이 과거 사직야구장 재건축 국비 확보를 주요 성과로 홍보했던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국비를 확보할 때는 전재수 당시 국회의원의 성과라고 홍보하더니 부산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사직구장을 없애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정책의 연속성과 시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사직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래와 연제 일대 상권 역시 사직야구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사직야구장은 연간 수백만 명의 유동인구를 만들어내는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이다. 경기 일정에 따라 식당과 주점, 숙박업소, 편의점 등 지역 상권 전체가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직야구장 이전 문제가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
실제 이번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과정에서도 주진우 의원이 당초 내세웠던 북항 돔구장 공약을 '북항 아레나'로 수정한 배경에 동래권 반발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사직야구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라 동래 상권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며 “이전 논의는 곧 지역 경제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변수는 전재수 당선인이 내놓은 대안의 구체성이다.
전 당선인은 사직야구장 부지를 ‘365일 생활체육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활체육시설 규모와 운영 방식, 재원 조달 계획, 상권 대체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체육계 일각에서는 “365일 생활체육 메카라는 표현이 정책이라기보다 수사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프로야구가 만들어내는 대규모 소비 효과를 생활체육시설이 실제로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도 나온다. 야구장은 특정 시기에 수만 명의 관중을 끌어들이지만 생활체육시설은 이용 방식과 소비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전 당선인 측은 북항 재개발과 연계한 돔구장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북항이라는 해양도시의 상징 공간에 돔구장을 조성해 스포츠와 관광, 문화가 결합된 복합 랜드마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야구장 하나를 어디에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쪽은 이미 확보한 예산과 행정절차, 도시의 역사성과 생활경제를 말한다.
다른 한쪽은 북항 재개발과 국제도시 부산의 미래 비전,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야기한다.
사직야구장이 부산 야구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한다면, 북항 돔구장은 부산이 꿈꾸는 미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지금 부산이 마주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북항 랜드마크’라는 미래 비전과 ‘사직 상권’이라는 현실 경제,‘국제도시 부산’이라는 상징성과 ‘구도(球都) 부산’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365일 생활체육 메카’라는 새로운 구상과 검증되지 않은 정책 현실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북항 돔구장 논란은 야구장 이전 논쟁이 아니다.
부산이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역사를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도시 전체의 질문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