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온 버스 사업을 종료한다. 국내 버스 시장 축소와 전동화 전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기아 노동조합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열린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실무협의 2차 회의에서 대형 버스 '그랜버드' 생산 중단 방침을 노조에 전달했다. 생산 종료 시점은 현재 수주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1~2년 뒤가 될 전망이다. 그랜버드는 현재 기아가 생산하는 유일한 버스 차종이다.
기아의 버스 사업은 1965년 설립된 아시아자동차에서 시작됐다. 아시아자동차는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시장을 주도했으며 기아는 1994년 대형 버스 그랜버드를 출시해 사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국내 버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판매량이 수년째 연간 1300~1400대 수준에 머물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디젤 버스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버스 사업 대신 전기차와 목적기반차량(PBV)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중장기 전략에서 전기차, PBV,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를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생산 중단 결정이 노사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기아 노조 광주지회는 이날 긴급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버스 생산 중단을 공식화했지만 생산 중단 이후 운영 계획과 미래 투자 계획, 고용안정 대책 등 조합원들의 미래와 생존권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동안 광주공장과 하남공장의 미래 고용 확보를 위한 투자 계획과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회사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대책 없는 버스 생산 중단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래 투자 없는 경영은 조합원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지회는 이날부로 모든 노사 협의와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다음 달 예정된 특별협의도 중단하고, 광주공장과 하남공장의 미래 고용 보장 방안과 중장기 운영 계획이 제시될 때까지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모든 노사관계는 중단된 상태로 간주할 것"이라며 "조합원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에서는 버스 사업 철수 자체보다 광주공장 미래 역할과 고용 유지 방안이 향후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버스 생산 종료 이후 해당 생산라인과 인력을 PBV 등 신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