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구글·스타트업 연결망 구축이 경쟁력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가 잇달아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전략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행사 참석이 아니라 세계 최대 AI 혁신 생태계와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과 인재, 자본이 모이는 생태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엔비디아와 구글, 메타,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수천 개의 AI 스타트업과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등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 최대 AI 클러스터다. 새로운 기술이 연구실에서 창업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투자와 인재 확보, 사업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면서 AI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이곳을 찾은 것도 이 같은 혁신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피지컬 AI 비전을 발표하며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AI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디바이스의 지능화를 시작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핵심 경쟁력으로 글로벌 제조 역량과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 기술,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제시했다. 제조 현장에서는 엔비디아와 함께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웨이모와 협력을 확대한다. 휴머노이드 AI는 구글 딥마인드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분야별 최고 기업들과 역할을 분담하는 개방형 협력 전략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실리콘밸리에 혁신 거점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스타트업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현대 크래들’에 이어 최근에는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AVP 실리콘밸리’를 신설했다. 매년 개최하는 ‘HMG 테크 탤런트 포럼’을 통해 현지 연구자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경쟁의 무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개별 기술이나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최고 기업과 연구기관, 스타트업, 투자자가 모인 혁신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하느냐가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승패는 기술 하나가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행보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